EU 최고법원, 집행위 '킬러인수 심사' 관행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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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3일(현지시간)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이른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큰 기업이 작은 기업의 혁신 기술을 막기 위해 아예 인수하는 일) 심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ECJ 재판부는 이날 미국 유전자 분석업체 일루미나가 자사 기업결합에 대한 EU 집행위 조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일루미나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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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3일(현지시간)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이른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큰 기업이 작은 기업의 혁신 기술을 막기 위해 아예 인수하는 일) 심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ECJ 재판부는 이날 미국 유전자 분석업체 일루미나가 자사 기업결합에 대한 EU 집행위 조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일루미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집행위는 회원국 당국이 국내법에 따라 기업결합을 검토할 권한이 없는 경우 회원국들에 조사요청을 권하거나 조사를 수락할 권한이 없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집행위 권한 밖 결정이었다는 취지다.
2020년 9월 일루미나가 71억 달러(약 9조5천억원)에 미국 암 진단검사 개발업체 그레일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집행위는 제동을 걸었다.
당시 일루미나는 인수 거래가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행위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행위는 EU 기업결합 규정 22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토대로 회원국들에 "원하는 경우 조사 요청서를 내라"고 안내했고 프랑스를 시작으로 6개국이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하면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제22조에 따르면 기업결합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매출액 요건이 충족하지 않더라도 회원국 간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공정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회원국들이 집행위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당초 이 조항은 경쟁법 체계를 갖추지 못한 회원국을 대신해 집행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이미 대부분 회원국이 국내법상 경쟁법이 있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집행위는 일루미나의 기업결합 조사를 계기로 22조를 매출액은 작지만 유망 기술을 보유해 경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킬러인수를 심사하는 데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루미나가 심사 중이던 2021년 8월 합병 절차를 완료하자 승인 전 기업결합 이행 금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4억 3천200만 유로(약 6천400억원)의 과징금 부과했다. 일루미나는 22조 적용에 불복해 집행위를 제소했다.
이번 판결은 최종심으로 더는 이의제기가 불가능하다. 일루미나는 과징금 납부 의무가 사라진 것이라며 ECJ 판결을 환영했다.
폴리티코,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판결이 킬러 인수를 우려해 22조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기업결합 심사를 벌여온 집행위 조사 권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집행위는 이날 성명에서 "EU 기업결합 신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지만 유럽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결합 거래를 검토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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