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36] 오아시스는 고인물이다
록은 죽었다. 이렇게 쓰면 ‘록저씨(록 음악 좋아하는 아저씨)’들 악플이 쏟아질 것이다. 어쩌겠는가. 사실은 사실이다. 나도 록저씨다. 레드 제플린 세대는 아니다. 메탈리카나 너바나 세대다. 교복 안에 몰래 헤비메탈 티셔츠도 입고 다녔다. 모범생의 은밀한 반항이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반항은 구슬프다.
21세기의 록은 힙합이다. 저항 음악으로서 록이 갖고 있던 위치도 힙합이 대체했다. 다만 요즘은 힙합도 영 시들하다. 힙합 선구자들도 백만장자 꼰대가 됐다. 더는 누구도 90년대 래퍼들처럼 “경찰 X까(Fxxk tha police)”라고 포효하지 않는다. 모든 힙한 것은 세월이 지나면 구려진다.
록은 왜 죽었을까. 한 가지 가설이 있다. 더는 록 스타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된 탓이다. 록은 장르인 동시에 태도였다. 바르게 살아도 록 음악을 할 수 있었다. 바르게 살면 록 스타가 될 수는 없었다. 많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도 ‘록 스타니까’ 한마디로 용서받던 시대였다. 단어 하나 잘못 써도 캔슬(cancel)당하는 시대에는 통할 리 없는 태도다.
내 생각에 최후의 록스타는 영국 그룹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였다. 90년대를 상징하는 기념비적 난봉꾼들이었다. 행동은 상스럽기 짝이 없는데 노래 하나는 기막히게 서정적으로 뽑았다. 재능과 인성이 같이 가는 경우는 잘 없다. 결국 그룹은 형제 싸움으로 2009년 해체했다.
오아시스가 재결합한다. 월드 투어도 한다. 뜬금없는 발표에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록저씨로서 환호하던 중에 영국 젊은이들이 아빠를 위해 공연 티켓을 예약하는 영상을 봤다. 한국인이 영상에 붙인 제목은 다음과 같다. ‘영국의 임영웅 오아시스 콘서트로 부모님께 효도하기’. 역시 록은 끝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년 한국 공연은 디너쇼 형식으로 해주면 어떨까 싶다. 록저씨는 관절이 좋지 않아 스탠딩 공연은 어림도 없다. 저탄고지 메뉴도 추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혈당 스파이크로 실려 나가며 성난 얼굴로 돌아보게 하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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