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 않는 강은 죽는다”…비단강, 녹색 페인트 푼 듯 [현장]

최예린 기자 2024. 9. 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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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은 강은 여전했다.

백제보와 금강하굿둑으로 가로막힌 금강 하류는 '여전히' 처참했다.

백제보 하류로 강을 따라 약 40㎞, 금강하굿둑에선 약 22㎞ 떨어진 지점이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난달 10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금강 백제보 하류인 강경과 낙화암 일대, 웅포 등 3개 지점의 녹조 상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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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백제보-하굿둑에 막혀 온통 초록빛
강바닥 쌓인 사체…강물 위 기포만 뽀글
지난 2일 오전 충남 부여와 전북 익산 사이 웅포대교 근처 금강 하류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은 강은 여전했다.백제보와 금강하굿둑으로 가로막힌 금강 하류는 ‘여전히’ 처참했다. “흐르지 않는 강은 반드시 죽는다.” 금강이 4대강 보로 가로막힌 뒤 해마다 현장에 동행했던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한여름을 통과하며 올해도 한쪽의 금강은 ‘잔잔하게’ 시름하고 있었다.

지난 2일 오전에 찾은 충남 부여와 전북 익산 사이 웅포대교 쪽 금강엔 녹조가 창궐한 상태였다. 백제보 하류로 강을 따라 약 40㎞, 금강하굿둑에선 약 22㎞ 떨어진 지점이었다. 폭염이 한풀 꺾인 가을 초입의 오전이고 막 비가 내린 뒤였는데도, 강가뿐 아니라 강 중간까지 전체가 온통 진한 초록빛이었다.

녹색의 강은 흐름이 거의 없이 호수처럼 고요했다. 다리 근처에 있는 수상레저 선착장은 평소 영업을 하는 것처럼 관리돼 있었다. 진녹색의 강 위에 정박한 ‘바나나보트’가 위태로워 보였다. 강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금강물 쓰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쥬. 이 물루 농사짓쥬”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19일 충남 논산 강경포구 쪽 금강 하류 모습. 수상레저시설이 운영 중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같은 날 오전, 웅포대교에서 백제보 쪽으로 약 16㎞에 떨어진 충남 논산 강경포구 쪽도 아직 녹조가 많았다. 수상레저 선착장이 있는 강변에선 간간이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왔다. 현장에 함께 간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마다 바닥에 쌓인 녹조 사체가 부패하면서 생기는 기포”라고 설명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난달 10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금강 백제보 하류인 강경과 낙화암 일대, 웅포 등 3개 지점의 녹조 상황을 확인했다. 연일 한낮 기온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3개 지점 모두 녹조가 창궐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수상레저시설은 영업 중이었고, 실제 레저를 즐기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2일 충남 논산 강경포구 인근 금강에서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녹조 사체 부패로 인한 기포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이 처장은 “백제보 하류 쪽 남조류의 세포 수가 녹조 대발생 수준인 물 1㎖당 100만개가 넘어 보였을 뿐 아니라, 200만개도 넘어 보였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청은 녹조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20ppb(단위 10억분의 1) 이상이면 물과 접촉하는 활동도 하지 않도록 권고하지만, 우리나라는 녹조 관련 물놀이 활동의 인체 유해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은 최근 금강 주요 지점 물을 취수해 수질을 분석 중이다.

구현림 금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장은 “금강의 경우 녹조 관련해선 식수원인 대청호와 보령호 중심으로 집중해 관리하고 있다. 웅포나 강경은 조류 관측 대상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모른다. 우리가 (식수원이 아닌) 금강 하류까지 신경 쓰기는 좀 어렵다”며 “수상레저시설 운영 부분은 지자체 담당이라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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