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디스카우 ‘마지막 제자’ 아플이 들려줄 ‘겨울나그네’

이정우 기자 2024. 9. 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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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디스카우에게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웠어요. 그를 만난 건 제 삶의 최고 행운이었습니다."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인 바리톤 벤야민 아플(42)이 대표적 독일 가곡(리트)이자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 '겨울나그네' 전곡을 들려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슈베르트 가곡을 선보였고, 젊은 성악도가 마음에 들었던 전설은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는 "리트는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된 형태로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예술 형태이자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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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곡은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된 최고의 예술”
한세예스24문화재단 기획 첫 클래식 프로젝트
바리톤 벤야민 아플(왼쪽)과 함께 있는 전설적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생전의 모습.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피셔-디스카우에게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웠어요. 그를 만난 건 제 삶의 최고 행운이었습니다."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인 바리톤 벤야민 아플(42)이 대표적 독일 가곡(리트)이자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 ‘겨울나그네’ 전곡을 들려준다. 독일 가곡의 거장인 스승이 즐겨 불렀던 노래다.

독일 바이에른주 태생인 아플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독일국민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구열을 불태웠던 그는 자신의 출생지 레겐스부르크의 리가 은행에서 은행원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돌연 성악가로 진로를 변경한다. 아플은 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득 내면의 시간, 내 안의 깊은 감정을 끌어낼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 이후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다.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한 아플은 28세 여름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한 마스터클래스에서 피셔-디스카우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슈베르트 가곡을 선보였고, 젊은 성악도가 마음에 들었던 전설은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아플은 그때(2009년)부터 피셔-디스카우가 사망(2012년 5월)하기 3주 전까지 4년간 전설과 함께 했다. 그는 "4년 동안 선생님과 모든 레퍼토리를 함께 작업했다"며 "발성 기교뿐 아니라 음악 해석, 무대 공포증 탈피 등 음악과 관련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매일 밤 공연할 때마다 단순히 음악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음악을 창조하려는 음악가였어요. 그게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스승의 영향으로 아플은 리트에 매진해왔다. 그는 "리트는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된 형태로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예술 형태이자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강조했다.

벤야민 아플이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특히 아플이 내한 공연 때 들려줄 ‘겨울나그네’는 리트 미학의 정점이다.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으로 실연으로 인한 깊은 슬픔과 절망 속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24개 곡에 담겼다.

아플은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 깊이 여행하는 용기있는 사람"이라며 "연주자도, 관객들도 처한 상황과 경험, 그날의 감정이 각자 달라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나그네’는 유명세에 비해 전곡이 자주 연주되진 않는다. 75분에 달하는 대곡이자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내지르는 구간이 없이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악가와 관객 모두에게 집중력을 요한다.

아플은 "공연할 땐 공연장의 분위기와 도시의 색, 관객의 반응 등 모든 것을 충분히 흡수하려고 한다"며 "공연장의 모든 것을 내면으로 포용하고 다시 배출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저와 관객 모두 각기 다른 상황과 감정에 따라 자유로운 마음으로 함께 음악 여행을 떠났으면 해요. 열린 마음으로 노래 부를 테니 관객분들도 열린 마음으로 반응해주세요."

이번 공연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기획한 첫 클래식 음악회이다. 재단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클래식 음악 분야로 관심사를 확장했다. 올해는 시작의 의미를 담아 아플이란 젊은 성악가를 초청했지만, 다음해부터는 대중적으로도 알려진 거장급 성악가를 섭외해 역시 가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백수미 재단 이사장은 "한국에서 성악 공연이라 하면 보통 유명 오페라나 스타 성악가의 리사이틀에 집중돼 있다고 생각해 이를 벗어나고 싶었다"며 "당대 위대한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순수한 예술성을 가진 장르인 리트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고 생각했고, 사회 기여 측면에서도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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