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인질 문제, 아무도 내게 설교 못해”
‘철군 불가’ 강경 입장 고수
“필라델피 회랑 주둔 필수”
하마스는 “네타냐후 책임”
최근 가자지구에서 인질 6명이 사망한 후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이집트 국경지대에서 철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휴전협상에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휴전협상의 핵심 쟁점인 ‘필라델피 회랑’ 철군 문제와 관련해 “‘악의 축’(이스라엘이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지칭하는 말)은 필라델피를 필요로 한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이곳에 영구적으로 주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스크린에 가자지구 지도를 띄워 설명하면서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가 외부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산소 공급원’이며, 이곳을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것이 “우리 생존에 필수”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이곳에서 철군한다면 하마스가 재무장해 지난해 10월7일과 같은 이스라엘 공격이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나 있는 14㎞ 길이의 완충지대로, 하마스와 휴전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는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이 철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인질을 구하는 것보다 권력 유지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비판에 대해선 “인질 석방에 나보다 헌신적인 사람은 없다”며 “누구도 나에게 이 문제를 설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충분치 않다”고 그를 힐난했다.
이날 회견은 지난 1일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전국적인 시위와 총파업이 잇따르는 등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후 나온 총리의 첫 입장 표명이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는 오늘 적어도 한 가지 진실을 말했는데, 바로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인질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네타냐후는 ‘영원한 전쟁’을 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질 가족들의 모임인 ‘인질·실종자 가족포럼’도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인질들을 데려올 생각이 없다는 범죄 수준의 태만”이라고 비판하며 인질들의 조속한 귀환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마스는 이날 인질들의 죽음이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들에게 접근할 경우 이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베이다 대변인은 영상을 통해 “누세이라트 사건 이후 점령군(이스라엘군)이 수감자(인질)에게 접근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새 지침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새 지침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6월 이스라엘군이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인질 구출 작전에 성공한 뒤 이스라엘군이 구금장소에 접근하면 인질을 사살한다는 지침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국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한 당시 작전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난민촌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어 피란민 최소 274명이 죽고 700명 이상이 다치며 논란이 일었다.
하마스 정치국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질들은 가족들에게 즉각 돌아갈 수 있다”면서 “그들의 귀환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네타냐후”라고 주장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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