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ICC 체포영장' 푸틴 레드카펫 환대…방문전 불체포 확약(종합)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정성조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대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이하 현지시간)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몽골 방문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요 정부 기관이 모인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후렐수흐 대통령과 악수하고,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고개를 숙인 뒤 정상회담을 위해 나란히 정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ICC 가입 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한 몽골은 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후렐수흐 대통령은 오히려 레드카펫을 깔아주며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ICC는 작년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어린이 불법 이주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푸틴 대통령이 ICC 가입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을 인용, 그가 몽골 방문에 앞서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첫 몽골인 ICC 재판관이 나온 지 불과 6개월 만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정치·경제·인도주의 분야 협력에 관한 광범위한 이슈들이 고려됐다"며 "(양국과) 가장 관련성 있는 국제·지역 이슈들에 관해 견해를 공유했고 많은 양자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양국 무역·투자 증진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1∼7월 양국 무역액이 21% 이상 늘었고 결제는 대부분 달러·유로화가 아닌 통화로 이뤄졌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몽골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하는 다자기구)의 긴밀한 연계는 상호 수출입 추가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며 "몽골과 EAEU 간 무역 협정 체결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자국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몽골, 중국을 연결하는 1천㎞가량의 가스관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며 "러시아 가스의 몽골 경유뿐만 아니라 몽골 소비자에게 이 가스가 공급될 가능성이 고려되고 있고 가장 현대적이고 안전한 러시아 기술에 기반한 평화로운 원자력 분야 공동 프로젝트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후렐수흐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후렐수흐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한 뒤 "우리의 영원한 이웃(러시아)이 전 세계 인류의 평화·안보·지속가능한 발전·복지를 확립하는 선구자가 될 것이고 전 세계의 신뢰·상호 존중·협력을 구축하는 데 귀중한 공헌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화답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또 "몽골은 평화·독립·개방·다면적 외교 정책의 틀 안에서 영원한 이웃인 러시아와 함께 협력을 발전·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국제 관계에서 유엔의 중심·조정적 역할 강화를 단호히 지지하고 그리하여 국제 사회가 마주하는 어떤 문제와 차이도 국제 법 규범의 틀 안에서 상호 이해·신뢰·존중·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와 몽골이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석유 제품 공급과 몽골 항공유 공급, 울란바토르 열병합발전소 CHP-3 보수 사업 기본 설계 등 5건의 문건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몽골은 에너지 연료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2'를 구축할 목표를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오후 11시께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해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의장대 사열로 환영받았고 몽골 고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앞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몽골에 푸틴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고 유럽연합(EU)은 몽골의 체포 의무 불이행을 우려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타마스 호프만은 "ICC는 몽골을 협조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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