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은 없지만 내일이 있는 KIA
외국인 에이스의 부상 이탈에도
7경기 5승2패…강팀에 강한 면모
“일 생기면 더 뭉치는 여린 선수들”
지난주부터 KIA의 더그아웃에는 유니폼 한 장이 걸려 있다. 등번호 40번, 네일이 입던 유니폼이다. 광주 홈경기에서도, 대구 원정경기에서도 네일은 유니폼으로 KIA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했다.
승리한 뒤 KIA 선수들은 벽에 걸어뒀던 네일의 유니폼까지 같이 챙겨들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승리의 기쁨을, 최대한 가을야구에는 복귀할 수 있게 병상에서 노력하고 있는 네일과 함께 나누고 싶은 KIA 선수들의 마음이다.
네일은 지난 8월24일 창원 NC전에서 투구 중 타구에 턱을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리그 다승, 평균자책 경쟁을 펼쳐온 외국인 에이스 네일의 이탈은 정규시즌 1위 확정을 위해 달리던 KIA에 초대형 악재였다.
그러나 네일이 다친 24일 NC전을 포함해 KIA는 1일 삼성전까지 7경기에서 5승2패를 했다. 특히 남은 시즌 최대 고비로 꼽혔던 2위 삼성과의 2연전(8월31일~9월1일)을 모두 잡으면서 6.5경기 차까지 달아났다.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이제 ‘12’다.
올해 KIA에는 내내 ‘위기’와 ‘고비’가 따라다녔다. 개막 전부터 스프링캠프에서 갑자기 사령탑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개막 직전 나성범에 이어 개막 후에는 이의리, 윌 크로우, 윤영철까지 선발 투수가 차례로 부상당해 시즌을 마감했다.
그래도 1위를 지켜온 KIA는 2위들의 추격을 거세게 받았다. 턱밑까지 승차가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팀에는 져도 2위가 돼 도전하는 팀들에는 승리했다. 중하위권 팀을 만나면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경기를 하다가도, 2위만 만나면 무서운 호랑이 발톱을 드러내 맹공을 퍼부었다.
롯데나 SSG에는 상대전적에서 밀리면서도 삼성을 10승4패, LG를 12승3패로 압도한 것은 올 시즌 리그 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
그 원인을 KIA는 선수들의 성향에서 찾는다. 이범호 KIA 감독은 “우리 팀에는 강하기보다 부드러운 성격의 선수가 많다. 여리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보니 서로 으쌰으쌰 해서 훨씬 더 힘을 낼 수 있는 상황들이 있다. 뭔가 일이 있으면 애들이 훨씬 더 힘을 내고 다 끄집어낸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며 “이번엔 네일이 그렇게 되면서 선수들이 더 뭉친 것 같다”고 말했다.
KIA에는 감성적인 선수가 많다. 투수 최고참인 양현종부터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낭만 있는 캐릭터다. 최고참 최형우가 그중 가장 세 보이지만 그 역시 불혹이 된 지금 2군에서 후배들이 만들어준 기념구에 감동받아 취재진 앞에 들고나와 자랑할 정도의 감성을 갖고 있다.
선수들의 감성적인 성향은 올해 유독, 위기에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뭉치는 힘이 되고 있다. 네일의 부상 이후 로테이션에 혼자 남게 된 양현종은 “불펜 투수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닝 욕심을 더 내고, 박찬호는 8월31일 삼성전에서 야구인생 한 경기 최다 5타점을 때린 뒤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 야수들끼리 매 경기 무조건 점수 차를 벌려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네일이 없고 마운드가 정상이 아니니 타자들이 힘을 내 공격력으로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금 타자들끼리 매일 하고 있다.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똘똘 뭉쳐 넘어내는 ‘감성의 팀 DNA’는 이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심어졌다. 최근 퇴원한 네일은 TV로 KIA의 경기를 꼬박꼬박 보고 선수들과 통화하며 마음으로 함께한다. 턱을 다쳐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상태지만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일찍이 죽을 먹기 시작했다. 가을야구를 함께하기 위해 네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광주 | 글·사진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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