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태, 두 팔 없어도 그는 진짜 ‘철인’이었다

“트라이애슬론 완주…행복하다
무사히 센강 헤엄쳐 나와 다행”
꿈의 첫 패럴림픽 10위로 마무리

김황태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르3세 다리 인근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 경기서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파리사진공동취재단

2000년 8월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었다. 꽃다운 23세. 절망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고 1년 후 그에게 빛이 된 것은 운동이었다.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육상, 노르딕스키, 태권도에 도전했고 가장 힘든 종목인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꿈에 그린” 장애인 올림픽에 나섰다. 땀, 눈물로 범벅된 채 고된 코스 완주. “안 된다” “못한다”는 말은 그에게 없는 말들이다.

두 팔 없는 철각 김황태가 파리 패럴림픽에서 큰 감동을 줬다. 김황태는 2일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에서 1시간24분01초를 기록하며 종합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750ｍ, 사이클 20㎞, 육상 5㎞ 코스 합산 기록으로 최종 순위를 정한다. 김황태는 PTS3 출전 선수 중 장애 정도가 가장 중하다. 두 팔 없는 선수는 김황태가 유일했다. 팔이 없으니 수영에 취약하다. 그는 빠른 센강 물결을 허리 힘으로 버티며 주로 배영으로 물살을 헤쳤다. 수영 기록은 24분58초로 11위. 1위와는 13분 이상 차이 났고 10위보다도 7분 이상 뒤졌다.

수영에서 힘을 많이 쓴 김황태는 사이클에서는 5위권으로 달리다 순위가 조금씩 밀리며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사이클 손목 잠금 장치까지 말썽을 부려 케이블 타이로 묶고 페달을 밟아야 했다. 코스도 코블 코스(중세 마차들이 다니기 위해 만든 돌이 깔린 길)가 70% 정도였다. 김황태는 “(울퉁불퉁한) 바닥에 집중해야 하는데 손이 이탈하거나 손목을 고정한 게 풀릴까봐 걱정하고 타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육상은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한 그가 가장 자신있는 종목이었다. 5㎞를 21분19초에 끊으며 11명 중 5위로 들어왔다. 막판 김황태는 합계 순위 10위로 달리던 저스틴 고드프리(호주)를 제쳤다. 김황태는 “고드프리를 제칠 생각은 없었다”며 “나보다 두 살 많은데 몸이 좋지 않아 보여 같이 들어오려다 그가 한 바퀴 더 남았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달려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종 순위는 11명 중 10위.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신은 금메달리스트 다니엘 모리나(스페인)보다 15분56초 뒤졌다.

그는 “무사히 센강을 헤엄쳐 나와 다행이다. 완주한 게 정말 좋고 행복하다”며 울면서 웃었다. 김황태는 “가족과 쉬고 싶다”며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한 10월 합숙 전까지”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