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수출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플러스 행진’ 위해 총력” [세계초대석]

나기천 2024. 9.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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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수출 11개월째 증가세
공급망 다변화 통해 리스크 극복
K원전, 체코 수주로 메이저 도약
미래산업 생태계 비전 제시 주효
기후 변화·AI 영향 전력 수요 폭증
전력망 확충·전기료 정상화 시급
화재 논란 전기차는 ‘예정된 미래’
정부, 적극투자 환경 조성해줘야

“수출은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고 희망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이 지금 한국 경제에서 갖는 무거운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해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월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산업부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집무 공간에서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수출 성과와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경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안 장관 뒤 현황판에 전력 수급 현황과 수출 실적, 핵심 원자재 가격 동향 등이 실시간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이틀 뒤인 9월1일 발표된 8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11.4% 증가한 579억달러로 나타났다. 역대 8월 중 최고 기록이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가 2023년 10월부터 11개월 연속, 무역 흑자는 지난해 6월부터 15개월 연속 이어졌다.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9.1%로 ‘세계의 공장’ 중국(5.2%)까지 제친 세계 1위에 오른 점도 예사롭지 않은 성과다.

안 장관은 “이렇게 수출을 끌고 나가는 게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한국과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희망이자 동력”이라고 말했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기술 혁신과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마주한 대내외 현실에서 수출이 한국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며, 우리 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었다.

안 장관은 “정부가 계속 독려하고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남은 기간 지속적인 수출 ‘플러스’(+) 행진을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출 실적이 좋다.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교역이 냉각됐다. 대중 무역이 감소했지만 한국 수출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산업계의 적응성과 저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산업 전반에서 수출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다각화가 주요 성과라 본다.”

―올해 남은 기간 수출 전망은.

“하반기 세계 무역이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수출 플러스 동력을 잘 이끌고 가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플러스 흐름이 긍정적인 지표로 이어져 산업계도 고무되고 투자도 활성화하기를 희망한다. 그 목표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미·중 갈등이 공급망 위기를 불렀다. 우리 상황은.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모든 국가의 모범 답안은 ‘다변화’다.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공급망을 빠르게 다른 데로 돌려 원활하게 수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급망 다변화를 실질적으로 할 능력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다른 곳에서 공급을 받으려고 해도 네트워크나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다. 덕분에 특정 지역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급망 다변화가 가능했다. 이 점이 국내에 해외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글로벌 원전 메이저로 도약했다는 걸 보여준 쾌거라 생각한다. 원전이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점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 원전 산업계는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전 수주전은 어떻게 치렀나.

“체코 산업은 우리와 비슷한 개방형 제조업 중심이라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차원이 아닌 산업협력 파트너로서 함께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단순히 원전을 팔겠다는 차원을 넘어 에너지·제조·첨단산업을 아우르는 포괄적 산업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산업협력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협력 의지를 강조한 우리 측 노력이 체코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산업, 상무, 에너지 분야가 묶인 산업통상자원부라는 점이 천운이었다. 미국처럼 각각 다른 부처로 이뤄졌다면 체코 정부를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순한 원전 플랜트 수출이 아니라 한국과 체코의 미래 산업 생태계 비전을 보여줬고, 동시에 여러 통상 협상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랑스가 제시했던 단가와 우리가 제시했던 금액에 큰 차이가 없었다. 가격이 아니라 예정된 기간에 시공을 끝낼 수 있다는 능력과, 한국의 100개가 넘는 기업이 들어가 역량을 보여줬던 게 경쟁력이었다.”

이 대목에서 안 장관은 잦은 체코 방문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 오랜만에 집에 오면 말문이 막 트인 5살 아이가 “또 체코에 다녀왔냐”고 물어봤다는 A사무관, 경제협력 패키지 마련을 위한 잦은 야근으로 첫째를 임신한 아내를 홀로 둬 원망을 샀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그 원망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기뻐하던 B사무관, 인대가 끊어져 걷기 힘든 상황에서도 체코 방문을 위해 붕대 투혼을 펼친 C사무관 등의 사례를 전하며 이들과 산업부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하남시가 한국전력이 신청한 동서울변전소 증설작업을 불허했다.

“기후변화, 인공지능 및 첨단산업 영향 등으로 전력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증가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면서 탄소 중립 목표도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급 안정성이 있는 원전·수소 등 무탄소전원 확충이 필요하고, 또한 생산된 전력을 수요지에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과제다. 올해 산업부 차원에서 꼭 통과시키고 싶은 법이 전력망특별법이다. 이 법은 전력망 적기 준공을 위한 인허가 특례, 주민보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국민과 산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처럼 너무나 왜곡된 전기요금으로 더 끌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조속히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본다.”

―동해 심해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 관심이 크다.

“5개의 시추공을 뚫을 계획인데 이번 정부에서 모두 끝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인 자원 개발을 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첫 번째 시추는 12월에 예정돼 있다. 내년 4~5월쯤 첫 번째 결과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효율적 개발과 정부·투자자 간 적정 수익분배를 위해 조광권 재설정, 조광료율 조정 등 조광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는 지난 6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방안’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계, 국회와 협의를 통해 반도체 산업 초격차 기술을 키워나갈 방안을 찾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는 작업도 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종합대책을 올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이 불안하다.

“전기차는 ‘예정된 미래’다. 잠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태에 들어갔다는 말이 있지만, 결국은 전기차로 가야 하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커졌다. 이럴 때일수록 배터리 기업들이 투자를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배터리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데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다”

―장관 임명 9개월째다. 앞으로의 계획은.

“복잡해지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할 예정이다. 또한 에너지 산업이 탈정치화돼서 장기적인 신뢰를 쌓고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노력하겠다.”

안덕근 장관은…
 
●1968년 대구 출생 ●서울대 경제학부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로스쿨 J.D. ●미국 뉴욕주 변호사 ●WTO 분쟁해결기구 패널리스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무역구제학회 회장 ●국제통상학회 회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무역위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대담=나기천 산업부장, 정리=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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