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대출 증가, 소비 위축…경기침체 ‘악순환’ 끊을 대책 시급[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시중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8619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반기보고서를 자세히 훑어보면 가계대출 잔액이 172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5조원 증가했고 대출채권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9조6940억원이었다.
자산 규모 2위인 신한은행의 반기보고서도 KB국민과 큰 차이가 없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848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늘었고 가계대출 잔액도 3조원 넘게 증가해 145조원이다. 대출채권 이자수익은 8조804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다시 무섭게 치솟자 가계대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만 하더라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167조원, 142조원으로 2022년보다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치로 유지되고 있었으나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니 과거의 ‘영끌’과 ‘패닉 바잉’이 재현되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실제로 이런 징후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의 8월 초 영업실적 공시를 보면 7월 말까지 국내에서 40만171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한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의 판매량 45만4053대 대비 무려 12%나 감소한 것이다. 기아도 국내 판매량이 5% 넘게 감소했다. 다행히 두 회사는 수출이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강달러의 도움으로 매출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롯데하이마트의 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 1조1144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2023년 반기 대비 15%나 감소한 것이다. 가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샘의 반기 매출액은 9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 가전, 가구 등의 소비는 확실히 감소하고 있다.
식음료는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비내구재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감소 추세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내수 매출액은 1조556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조5605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매일유업도 내수 매출액이 8454억원으로 2% 넘게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판매량 감소는 더 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의류 전문기업인 F&F, 한섬,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도 모두 매출이 줄었다.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먹고 입는 것까지 줄이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출 증가가 소비 위축으로만 끝나지 않는 데에 있다. 제조업의 실적 부진은 결국 고용 감소와 급여 동결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공장이 몰려 있는 지방의 경기침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만 오르니 노동 의욕은 감소하고 사행심만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 전체적인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게 한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매일매일 신고가를 쓴다. 이러다가 다른 국가들보다 경기침체가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도록 가계부채, 부동산, 산업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진단과 특효 처방이 매우 시급한 때이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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