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백신도 머리 맞대고 개발했죠”…KIST, 보스턴에 연구협력 거점 짓는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9. 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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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록 KIST 원장 인터뷰
올해말 설립...내년 예산 확보
국내 출연연 최초로 美에 거점
MIT·하버드 등과 연구협력
우수인력 유치·네트워킹 강화
국내 기술벤처 현지진출 지원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사진=고재원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올해말 미국 보스턴에 ‘K-BB(Korea-Boston Bridgie)센터’를 설립한다. 메사추세츠공대(MIT)나 하버드대 등 보스턴 내 유수 대학과 기업, 연구소, 병원과의 연구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센터다.

KIST는 이곳을 거점으로 정부가 꼽은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인 첨단바이오와 인공지능(AI)·로봇, 양자 분야 글로벌 연구협력을 중점 추진한다. 또 센터를 KIST 뿐 아니라 전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위한 연구협력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오상록 KIST 원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의 K-BB 프로그램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에 센터 규모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협력 거점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도 확보했다.

오 원장은 “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와 기관이 밀집한 보스턴과 KIST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은 세계 첨단바이오 산업의 핵심지로 꼽힌다. 모더나나 바이오젠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해 1000개 이상 바이오기업과 연구소, 벤처기업들이 집적화돼 있다.

KIST는 센터를 세워 미국과의 연구협력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출연연 쪽에 미국에 작은 규모의 사무소를 두고 있는 곳은 몇 곳이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으로 실리콘밸리 등 모두 서부 쪽에 집중돼 있다.

오 원장은 “이전에는 국제공동 연구를 연구자 개별적으로 소규모로 진행했다면 센터를 통해 전략적으로 국제공동 연구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며 “전체 출연연이 모두 연구협력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B 센터는 첨단바이오와 AI·로봇, 양자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연구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시일이 시급한 첨단바이오 분야 투자부터 시작한다.

센터는 네트워킹이나 우수인력 탐색 및 유치, 연구정보 수집 등 역할도 함께 맡는다. 이를 통해 한국에 필요한 첨단바이오 국제공동 연구를 빠르게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K-BB 센터는 국내 기술벤처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특히 홍릉강소특구에서 발굴한 성과를 가져가 세계 각국과 경쟁하는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릉강소특구는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 조성된 디지털 헬스케어 특화 강소특구로 KIST를 포함해 고려대와 경희대, 대학병원, 국내 제약사들이 모여있다. 여기서 발굴된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한 기술벤처들의 미국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출연연 기술사업화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KIST는 K-BB 센터를 출연연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만들 것을 자신하고 있다. 이미 보스턴에 현지협력사무소를 차려 연구협력을 추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KIST는 지난 2022년 보스턴 내 현지협력사무소를 설치했다. KIST 연구자 22명이 협력사무소를 기반으로 하버드나 MIT 등 5개 대학과 바이오 기업, 공공기관 등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부작용을 줄인 암 백신인 ‘도리백(DoriVac)’은 이런 공동연구의 성과다. 도리백은 환자의 개별적인 항원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 차세대 암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류주희 KIST 의약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미국 데이나파버 암연구소·하버드비스 연구소가 함께 개발했다.

K-BB 센터 설립을 위한 예산 확보는 마쳤다. 내년도 20억원을 우선 확보한 상태다. 올 연말 센터를 설립하고 센터장을 파견할 예정이다. 오 원장은 “내년은 K-BB 센터의 기반을 구축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7년에는 K-BB의 지원 대상을 전체 출연연으로 개방 및 확대하고, 센터의 중장기 전략을 도출할 계획이다. 오 원장은 “논문 게재나 특허 출원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결과를 파급력 높은 성과로 확장시키겠다”며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KIST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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