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표현의 자유 소신 있다”더니 ‘윤 대통령 풍자물’엔 답변 회피

전지현 기자 2024. 9. 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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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문을 박찬대 운영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힌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윤석열차 사건’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은 안 위원장 태도가 “권력자의 눈치보기”이며 ‘표현의 자유’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자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표현의 자유에는 강력한 소신이 있다”고 거듭 밝혔다. 안 후보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하면서 “현재 (제안된 차별금지법안) 상태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너무 합리적인 비판에까지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영상을 짜깁기해 인터넷에 올린 풍자 영상을 여당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대통령실이 강력 대응할 방침을 밝힌 것, 영상 제작 및 공유한 사람을 9명까지 찾아내고 집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검열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냐”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안 후보자는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 공직 후보자이기 때문에 답변이 곤란한 것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이른바 ‘쥐코 영상’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당시 주심 재판관이었다. 당시 헌법재판관들은 전원일치로 이런 결정을 했다. 이 의원이 “쥐코 영상과 사건이 비슷하게 흘러갔는데, 2024년에 아직도 이런 제재가 이뤄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 묻자 그는 답변을 회피하며 “여하튼 표현의 자유에선 강력한 소신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차. 연합뉴스
안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가 문제가 된 이른바 ‘윤석열차’ 사건에 대해서도 답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고등학생이 그린 것이었고, 금상 받았는데 (정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책임을 묻겠다 했는데, 이 정도도 답변을 못하시는 거냐”라면서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시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던 안 후보자가 현 정부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에 답하지 못하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별금지법에 공산주의 혁명을 운운하고, 소신이 그렇게 중요하다며 권력자에겐 한 말씀도 못하시냐”며 “권력자 눈치보기 아니냐”고 했다.
안 후보자는 한참 침묵하다가 “현안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위원장이 되면 유념해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 의원은 “시간을 굉장히 많이 드렸는데, 4분 동안 대답을 안하셨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안 후보자가 “개인적 이익보다 공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수행해 왔다”고 말하자 전 의원은 “위원장이 되기 위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소신까지 버린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 내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안 후보자가 종교적 편향성을 띨 것을 우려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서 인권 옹호 책무와 종교적 신념, 어느 것을 우선시 하겠냐”고 묻자 안 후보자는 “기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 가치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위의 기본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애매한 답을 내놨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소수자 인권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다수자 인권과 다른 소수자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추 의원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성소수자에 대한 그의 앞선 발언들이 ‘혐오표현’이라고 지적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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