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휴전 협상 압박에 “내게 설교하지 마라”

김동현 기자 2024. 9.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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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크린에 띄운 가자지구 지도를 가리키며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을 계속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로이터 연합뉴스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2일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나만큼 노력하는 사람이 있나. 누구도 나에게 설교할 수 없다”고 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에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6명은 지난달 말 가자지구에서 모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이스라엘에선 ‘당장 휴전 협상에 임하고 남은 인질도 모두 석방시키라’고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번지고 있다. 약 7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에 네타냐후가 수세에 몰려 기존의 강경 입장을 굽히고 협상안을 수용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날 네타냐후는 사실상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날 하마스가 주둔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가자지구 지도를 띄운 뒤 지휘봉으로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을 가리키며 “이곳에 이스라엘군은 전략적으로 반드시 주둔해야 한다”고 했다. 이곳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5월부터 장악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에 이 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함으로써 휴전 협상의 물꼬를 트라고 요구해 왔다. 네타냐후는 직접 ‘그럴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그는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가 무기와 군수품을 공급받는 파이프라인인 만큼 우리가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휴전 협상에 임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가 인질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을 지원해 온 미국도 네타냐후의 강경한 입장에 부정적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은 이어 “인질 석방을 위한 최종 휴전 협상안 완성이 임박했다”고 했다. 미국 등 협상 중재국은 최근 이스라엘의 수락 여부와 무관하게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일부 중단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 장관은 “특정 무기 수출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서방 주요 동맹국이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받는 외교적인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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