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치료·노인돌봄·기후…사회 전분야와 교감하는 예술

조봉권 기자 2024. 9. 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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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예술 시대 <1> 프롤로그

- 예술활동이 지역 공동체의 삶과 밀착
- 부산문화재단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
- 장애·비장애 협동하는 포용예술 비롯
- 문화다양성의 역할 다룬 포럼도 개최
- “부산시 15분 도시의 목표와도 상통”

예술이 확장한다. 최근 몇 년 새 확연히 느끼는 흐름이다. 여기서 ‘확장’은 예술 내부의 실험과 융합 경향만 뜻하지 않는다. 예술이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만나 접촉면을 넓혀 나가는 경향을 말한다. 예술이 돌봄을 만나고, 복지와 결합하며,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고, 장애인과 함께 가며, 나이 듦·세대 갈등·공동체 형성 등 지역사회 문제·과제 해결 최전선으로 간다.

사회의 개별 영역이 예술·문화와 연대하고 협업 관계를 가꾼 지는 꽤 됐다. 부산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 서보경 관장은 “복지가 생계·돌봄·의료 등 생존이나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지원만 제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문화(예술)가 복지와 활발히 결합한다. 정서가 충만해지고 행복감을 체감하고 자아가 실현된다고 느끼는 단계까지 복지의 목표는 확대됐다. 이건 오래된 얘기다”고 말했다.

정부가 장기간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문화도시 정책’에도 이런 원리가 들어 있다. 올해까지 지난 5년에 걸쳐 활동을 펼친 전국 24개 법정 문화도시 가운데 최우수로 선정된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지난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예술과 문화를 바탕에 둔 사례가 대부분이다. 문화도시 정책 자체가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과제를 문화·예술의 힘으로 풀면서 공동체를 가꾸는 일이 핵심이다. 여기서도 예술의 확장은 확인할 수 있다.

부산문화재단이 부산 시내 한 마을건강센터에서 최근 펼친 커뮤니티 예술치유 활동에 참가한 주민들이 도구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코로나19는 중요한 계기”

지난 22일 부산 남구 감만창의문화촌에 자리한 부산문화재단을 찾았다. 부산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시책을 펼치며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부산문화재단은 부산 예술·문화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곳이다. 이 기관은 최근 ‘사회참여예술(Socially Engaged Arts)에 주목한다. 조형수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본부 문화공유팀장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예술학 박사이기도 한 조 팀장은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 안에 있는 창작 공간 두구에서도 만나 한 차례 이야기를 나눈 터였다.

창작 공간 두구는 장애인 예술가와 비장애인 예술가가 함께 예술 작업도 하고 전시도 하는, 포용예술(inclusive art) 관점을 담은 공간이다. 장애인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는 의미와 함께 장애인·비장애인 예술이 만나고 협업해 새로운 효과를 낳고 실험과 도전을 감행할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사회참여예술의 중요한 공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시민 문화 향유의 방향성에 관해 새롭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코로나19 상황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양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사람이 고립되기 일쑤였고, 약한 이들일수록 다양한 종류의 위기에 맞닥뜨리기 쉬웠던 그 시기에 예술과 접목한 치유를 비롯한 사회참여에술에 ‘부산 문화 컨트롤 타워’로 인식되는 재단은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양성 가치와 자기 삶 해석

조 팀장은 이런 접근의 바탕이 된 두 가지 요소를 먼저 짚었다. 하나는 다양성이라는 가치이다. 또 하나는 예술·문화 활동을 통해 시민 개개인이 자기 삶에 관한 ‘해석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좀 어려운 개념 같기는 한데, 풀어보면 다 사회참여예술과 만난다.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강조하는 흐름이 세계 문화계에는 있다. 부산문화재단이 지난 5월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 포럼의 주제는 ‘문화 다양성은 포용적 예술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였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이 분야 전문가가 여럿 참여해 부산 예술가·활동가와 대화했다. 이와 함께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부산문화재단 등이 공동 주최한 올해 한국지역문화학회 춘계학술대회 주제는 ‘지역문화, 고유성과 다양성을 품다’였다. 이렇게 시작한 포럼과 라운드 테이블 행사 등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다양성에 관한 논의는 예술이 기존 틀과 벽을 넘나들며 사회의 다양한 주제·사람과 만나도록 돕는다. 예술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길을 넓혀준다는 뜻이며 이는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큰 관심을 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더구나 다양성은 포기할 수 없는 보편 가치다.

시민 개개인이 삶에 관한 해석력을 문화·예술 향유를 통해서 높인다는 말은 사회참여예술의 지향이 단순히 예술의 기능을 다양화하거나 효능감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는 뜻이다. 조 팀장은 “그 표현은 박형준 부산시장께서 부산문화재단을 방문했을 때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시민이 좀 더 주체적인 존재가 되고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가꾸는 데 예술·문화가 이바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15분 도시 정책 등의 궁극 목표와도 만난다.

지난 5월 부산문화재단 주최로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 온그루에서 열린 장애예술 주제 워크숍 현장.


▮예상보다 다채로운 현장

이 기사는 국제신문 창간 77주년 기념 기획 시리즈 ‘사회참여예술 시대’의 서두이므로, 상세히 들어가지는 않고 앞으로 이어갈 사회참여예술 연재의 구성 전반을 소개하고자 한다.

분류하자면, ▷호스피털 아트(Hospital Art·직역하면 병원예술) ▷장애인 예술 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예술 ▷기후·환경·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예술 ▷생활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 ▷나이 듦·돌봄 등 지역사회 과제와 결합하는 예술 ▷다양성 담론 등을 우선 들 수 있다. 취재해 가는 과정에서 이 분류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재단 생활문화본부 김미지 문화공유팀원은 “호스피털 아트는 현재 은성의료재단 좋은부산요양병원과 다움병원에서 재단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체·정신과 관련한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예술 활동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는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허지윤 팀원과 김영숙 팀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부산에는 현재 기초생활문화센터와 마을건강센터가 다수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시설과 연계한 생활문화예술 측면의 프로그램이 다양한 형태로 시도된다. 부산 중구 한성1918 생활문화센터에서 오는 11월까지 이어지는 ‘한성일상’ 프로그램은 시민이 일상에서 다채로운 예술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본인 취향을 발견하고 가꿔 더 높은 차원의 예술 생활로 갈 수 있게 돕는다.”

김경민 팀원은 최근 재단이 시행한 문화다양성 포럼·토론회·라운드테이블 등 사회참여예술 관련 담론 확산을 위한 노력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올해 상반기 열린 행사·전시와 하반기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팀원들이 설명해 준 사회참여예술의 현장은 이 기획 시리즈의 중요한 취재 대상이 될 예정이다.

▮예술의 지평 확장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복지와 돌봄은 복지와 돌봄만의 영역이 아니다. 예술·문화가 영역을 확장해 복지·돌봄과 만나는 현상을 환영한다.” “시민이 예술·문화의 효능감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이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문화정책 또한 그런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부산시의 15분 도시나 글로벌허브도시 추진 또한 궁극의 지향에서 사회참여예술과 만난다.”

동시에, 사회참여예술이 ‘순수 예술’의 입지를 좁히는 방향이 아니라 창작 활동에 새로운 계기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마땅히 강조돼야 한다. ‘사회참여예술 시대’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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