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간접착제가 눈 속에…20여 곳 전화했지만 "안 돼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4. 9. 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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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한 여성이 눈 안에 순간접착제가 들어가서 급하게 119구급대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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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한 여성이 눈 안에 순간접착제가 들어가서 급하게 119구급대를 불렀습니다. 응급실로 옮기기 위해서 구급대원들이 20곳 넘게 전화했지만,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이 내용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의 한 가정집에 119구급대가 도착합니다.

여성은 생리 식염수 묻힌 수건으로 눈 부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순간접착제 성분의 속눈썹 연장제를 안약으로 착각해 눈동자에 넣었고, 눈꺼풀이 달라붙은 겁니다.

[출동 구급대원 : (접착제를) 얼굴에 완전히 다 쏟으셨네, 완전히.]

살짝 보이는 눈 안쪽은 염증으로 검붉게 부어오른 상태.

[김성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구급국장 : 눈꺼풀이 완전히 붙은 상태라 살짝만 안구를 볼 수 있었는데 빨갛게 부어 있는 상태였고요.]

응급처치를 마친 뒤 구급대원 2명이 휴대전화로, 이 환자를 받아줄 응급실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출동 구급대원 : ○○병원은 연락 준다고 했고, 국군수도(병원)는 안돼.]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20곳 넘는 병원에 전화했지만,

[출장 구급대원 : 이유가 뭐야? (안과가 안 된대요.) 안과가 안 된대?]

끝내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었고, 구급대원들은 환자에게 스스로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고 전한 뒤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성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구급국장 : (병원이) 안 된다고 통보를 한 상황이면 저희가 그 병원을 굳이 강제로 갈 수는 없거든요. 법적인 문제도 있고.]

그 뒤 해당 환자가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바디캠에 촬영된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력 저하 위험은 매우 커 보입니다.

[이성준/안과 전문의 : 각막 표면에도 흉터가 남으면 시력에 약간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난시 같은 걸 유발해서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응급환자는 요즘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고 구급대원은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신소영)

---

<앵커>

이 내용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법적 책임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신경외과 전문의) : 환자는 이틀이나 지난 평일에서야 치료를 받은 걸로 소방 당국은 확인하고 있는데요. 환자에게는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이지만, 법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저희가 심정지 환자가 뺑뺑이로 돌다가 숨진 사례 보도해 드렸죠. 그 이후 심정지, 흉통, 중증외상, 뇌졸중 4대 중증은 대학병원 응급실이 이유 불문하고 환자를 받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의 대형병원 응급실마저도 야간과 휴일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도맡는 게 대부분인데요. 중증 응급 환자는 무조건 받아야 하고, 그러니까 생명에 지장이 없는 응급 환자는 수용할 여력이 없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올해는 과거보다 전화 뺑뺑이도 크게 늘었다는 게 구급대원들의 증언입니다.]

Q. '전화 뺑뺑이' 이유는?

[조동찬/의학전문기자(신경외과 전문의) :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청년이 추락했는데 6개 병원 뺑뺑이 돌다가 결국 사망한 사고가 있었죠. 6개 병원 가운데 환자를 직접 본 후에 치료가 어려우니까 다른 병원 가라고 한 4곳은 모두 행정처분 받았고요. 전공의 1명은 기소까지 됐습니다. 반면 구급대원이 전화로 문의했을 때 아예 안 된다고 미리 막은 다른 2곳은 행정처분을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이 처분 직후에 수도권의 한 대형 병원장은 "신경외과, 소아과 등 배후 진료 여력 안 되면 전화 단계에서 아예 안 된다고 말하라"고 내부 지침을 내버렸습니다. 요즘 구급대원이 유독 전화 뺑뺑이가 크게 늘었다고 얘기하는 건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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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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