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가 2.0% 상승 안정세… 이창용 "금리인하 고려할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2%대의 안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고, 농축수산물 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영향이다.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도 도달하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 G20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가 안정 측면에선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도 "금융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0%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 총재는 물가가 완전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현재 예상으론 큰 공급충격이 없을 경우 앞으로 수개월 동안 현 수준에서 조금씩 왔다갔다할 것이다. 물가 안정 측면에선 우리가 생각한 경로대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주재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그동안 고물가로 국민의 고통이 컸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9%(7월), 유로지역은 2.2%다.
향후 물가 흐름도 안정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김 부총재보는 "큰 공급충격이 없다면 안정된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다.
물가 수준만 감안했을 때 한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여건은 충분한 것이다. 이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10월 인하설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증가세다. 정책금융의 영향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계속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해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면서 가계부채가 잡힐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국고채 금리가 최근 일제히 상승하는 것도 금리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 사상 최대 처음으로 200조원이 넘는 국고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 후 시장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다 이날은 혼조세로 마감했다. 예상보다 발행 물량이 높게 잡힌 것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단 관측이다.
지난 2일 기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974%에서 연 3.073%로 하루 만에 10bp(1bp=0.01%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158조4000억원)보다 42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8bp 내린 연 2.981%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120%로 0.1bp 하락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2bp 상승, 0.3bp 하락으로 연 3.051%, 연 3.088%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후 중 연 3.004%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내 하락세를 보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유력하다"면서 "다만 금융안정을 논거로 (인하 시점이) 11월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기의 차이일 뿐 (기준금리가) 연내 계속 동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최근의 국고채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급격한 조정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우·주형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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