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기로에 선 블록체인, 핵심은 규제 불확실성 해소
업계 '획일화된 규제' 한목소리
韓 국회의 법제화 필요성 강조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를 맞아 전 세계 가상자산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다양한 연사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발표에 나섰지만, 결국 핵심은 '규제'였다.
가상자산 개발자와 해당 자산의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 관련 규제를 만드는 규제당국까지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나라별, 자산별로 중구난방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리처드 탱 대표는 3일 KBW2024에 참석해 "가상자산이 주류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과 증권, 자산관리 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규제가 존재하지만, 가상자산 분야는 그렇지 않다"며 "전 세계 규제기관 중 3분의 1만 가상자산을 규제하고 있고, 그마저도 지역에 따라 규제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탈 중앙화'를 표방하는 가상자산 특성상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한 사업이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등 나라별로 기준이 달라 새로운 시장 진입에 애를 먹어왔다. 이같은 '다른 규제'는 산업의 발전을 막는 요소로도 꼽힌다.
대표적인 규제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임위원도 KBW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마크 우에다 SEC 상임위원은 "미국 역시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가 너무 불확실하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경계, 관련 플랫폼의 정의, 수탁(커스터디)의 의미 등 명확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증권 상품을 판단하는 기준 등의 규제를 크립토에도 적용시켜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SEC가 이를 위한 능력과 융통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너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우에다 상임위원은 "SEC 내에서 의제 선정은 위원장이 결정하는데,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체제에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가 포함되지 않아 왔다"며 "후임자가 온다면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를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처드 탱 대표와 우에다 상임위원 모두 명확한 규제가 가상자산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탱 대표는 "올해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점차 가시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국가들이 규제의 명확성을 제공하면서 주요 금융 기관들이 가상자산을 전략 자산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다른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명확한 업권 분류가 되지 않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KBW에 참석한 '거물'들이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규제당국과 국회의 법제화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가상자산 사업자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와 리처드 탱 바이낸스 대표 모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플은 국내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사업 관련 협업을 논의하고 있고, 바이낸스는 국내 원화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하며 이미 한국 시장 진출을 알린 바 있다.
특히 국내외 토큰증권 산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는 토큰증권이 기존 금융산업에 활용되며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산업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큰증권은 기존에는 증권으로 인정받지 못해 비교적 자유로운 발행이 가능했지만,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을 '증권'으로 명시하면서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됐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기존에 존재했던 자본시장 규제가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들을 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흐름과 결을 맞춰 이런 것들이 처리된다면 기존의 증권법이 확장되고 글로벌 스탠다드와 합쳐져 확장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로 인한 실무진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봤다. 이동기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만들고 해외로 진출하고 싶더라도 환경 때문에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규제에서는 안되는데 해외 규제에서는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다시 국내로 들어오진 못해 국내 규제에 맞춰 다시 대응하는 '이중 규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기본법들이 준비되고 이 과정이 글로벌 규제의 정합성 측면에서 마련되는 쪽으로 법제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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