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울분사회

이은정 기자 2024. 9. 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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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신경끄기의 기술'을 쓴 마크 맨슨이 유튜브에 올린 '한국은 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됐나'라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맨슨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 사회의 경쟁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명문대 입학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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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신경끄기의 기술’을 쓴 마크 맨슨이 유튜브에 올린 ‘한국은 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됐나’라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는 구독자가 240만 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버다. 그는 21세기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이끌어낸 한국이 최악의 정신 건강 위기를 겪는 원인을 알아보려 서울을 찾았다. 맨슨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 사회의 경쟁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공동체 연대는 사라지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져 한국인의 우울감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 후반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으나 상대적 불평등은 커졌다. 2021년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한국은 상위 10%의 국민소득 점유율이 46.5%로 세계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위 10%가 절반 가까운 국민소득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식을 교육시켜 신분 상승을 꾀하는 사람이 많았다. 오죽했으면 한때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을까 싶다. 1호 재산인 소를 팔아 학비를 댈 정도로 교육열이 뜨거웠다.

한국은행이 최근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명문대 입학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학생의 잠재력보다 소득계층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끝났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노동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평생 저축해도 수도권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땀 흘려 돈을 버는 노동의 가치를 외면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여러 분야에서 계층 간 격차가 커졌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이유다. 울분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울분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에 근거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지속되는 상태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성인 남녀 1024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절반가량(49.2%)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20대, 30대에서 가장 낮았다. 그 결과 심각한 울분을 느끼는 비율은 30대가 13.9%로 가장 높았다.

누구든 부당하고 모욕적이며 신념에 어긋나는 경험을 한다면 살만 한 사회가 아니다. 공정한 가치를 구현할 사회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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