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3> 초가을 풍경과 심사를 읊은 당나라 시인 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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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같은 구름은 아직도 기봉에 남았는데(火雲猶未斂奇峰·화운유미렴기봉)/ 침상에 기대있다 잎 지는 소리에 놀라네.
/ 몇몇 먼 숲에서는 소슬바람 불어오는데(幾處園林蕭瑟裡·기처원림소슬리)/ 어느 집인가 적막 속에 다듬이질 소리가 나네.
숲에서는 소슬바람이 불어오는데 깊은 밤 어느 집에서는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낮에는 덥지만 하늘이 다르고, 초가을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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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같은 구름은 아직도 기봉에 남았는데(火雲猶未斂奇峰·화운유미렴기봉)/ 침상에 기대있다 잎 지는 소리에 놀라네.(欹枕初驚一葉風·기침초경일엽풍)/ 몇몇 먼 숲에서는 소슬바람 불어오는데(幾處園林蕭瑟裡·기처원림소슬리)/ 어느 집인가 적막 속에 다듬이질 소리가 나네.(誰家砧杵寂寥中·수가침저적료중)/ 매미 소리 끊기듯 이어지듯 남은 달빛 구슬프고(蟬聲斷續悲殘月·선성단속비잔월)/ 반딧불이는 높고 낮게 떠다니며 저녁 하늘 비추네.(螢燄高低照暮空·형염고저조모공)/ 부(賦) 한 편 지어 미앙궁에 다시 바치려고 하다가(賦就金門期再獻·부취금문기재헌)/ 깊은 밤 머리 긁으며 떠도는 신세를 한탄하네.(夜深搔首歎飛蓬·야심소수탄비봉)
위 시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712~770)의 ‘초가을’(新秋·신추)로, ‘천가시(千家詩)’ 권4에 수록돼 있다. 불꽃처럼 덥던 여름철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잎 지는 소리를 듣는다. 숲에서는 소슬바람이 불어오는데 깊은 밤 어느 집에서는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매미의 울음이 간간이 들리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금마문에 글을 지어 보내려다가 떠도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주제넘은 일 같아 그만둔다. 두보는 무더위 속에 가을이 왔음을 시인 감성으로 간파한다.
미련의 ‘金門(금문)’은 금마문(金馬門)으로 한(漢)나라 때 미앙궁(未央宮) 문을 일컫는다. 금마문은 문학 하는 선비가 출사(出仕)하는 관서였다. 엊그제 벌초하러 고향에 오가면서 보니 나뭇잎 색이 제법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 아침엔 쌀쌀해 윗옷을 걸치고 외출했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 시끄럽고, 집 안팎으로 귀뚜라미가 뛰어다닌다. 아직 낮에는 덥지만 하늘이 다르고, 초가을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어젯밤 산책하며 보니 나뭇잎이 떨어져 바람에 뒹굴었다. 예전보다 무더운 한해였다. 어떤 사람은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절기를 무시할 수 없다. 오는 7일이 백로(白露)이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이다. 우수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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