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마저 지갑 닫는다” 고금리에 벌벌…물가 찔끔 안정돼도 소용 없다는데
물가안정과 수출호조의 온기가 소비와 투자로 뻗칠 수 있도록 하려면 내수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고금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점점 큰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도 금리 인하 여지가 생겼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발표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가가 드디어 2% 정도로 전월에 비해 안정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금리를 조금 내릴 여지가 좀 더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3월까지만 해도 3%대였던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릴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한 총리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상이변과 같은 걸림돌이 없다면 올해 남은 기간에도 물가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향후 추가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2%대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6%인 올해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다른 변수가 없다면 (목표치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달에 금리를 내릴 것이 거의 확실시됐다는 점도 한은이 빠른 시일 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9월 인하 개시’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에 한은을 향한 10월 금리인하론에 더욱 큰 힘이 실리고 있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서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7월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1.9% 줄었다. 실질적인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도 2.3% 감소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가 워낙 좋지 않으니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때 금리를 바로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금리 정책은 3~6개월 시차가 있는 만큼 즉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금리를 인하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 신호로서의 상징성을 띤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에는 고소득층조차도 소비 상황이 좋지 않을 정도로 내수가 부진하다”면서 “주된 원인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고물가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물가 상승 폭이 줄고 농산물 가격 상승 폭도 축소됐지만, 이는 대외 여건과 날씨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0% 초반대로 낮은 수준을 보였고, 신선과실 물가 상승률은 9.6%로 7월(21.3%)과 비교해 상승 폭을 크게 좁혔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배 가격은 아직도 1년 전보다 100% 이상 높고 사과 가격 상승률도 15% 선을 넘었다. 채소인 배추 가격도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올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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