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어민 ‘국가폭력’ 확인…“피해 당사자들은 몰랐다”
[앵커]
57년 전 서해상에서 납북됐던 어선 네 척이 두 달 만에 돌아왔습니다.
선원들은 곧바로 수사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 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진실화해위원회가 확인하고 진실 규명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이런 결정 자체를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67년 10월, 백령도에서 출항했다 납북돼 두 달 만에 돌아온 선원들.
곧바로 수사기관에 끌려가 수사를 받았고 반공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중 한 명이었던 '무진호' 선원 박홍수 씨는 수사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손순애/고 박홍수 씨 배우자 : "멍이 그냥 말도 못하게 멍이…그러니까 분명히 이 사람은 매 맞아 죽었다."]
박 씨 가족의 신청으로 50여 년 만에 조사가 이뤄졌고, 진실화해위는 무진호 선원 5명에 대한 '국가 폭력'을 인정했습니다.
영장 없이 불법 구금이 이뤄졌고, 조사 과정에서 폭력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며 진실 규명을 결정했습니다.
함께 납북됐던 다른 배 세 척의 선원들도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박 씨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김춘권/납북어선 KI3호 선원 김문찬 씨 아들 :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요. 누가 나서는 사람도 없고."]
'간첩 가족'이란 낙인으로 군무원의 꿈도 접었는데, 지난 세월을 보상받을 방법조차 알 수 없었던 겁니다.
[김춘권/납북어선 KI3호 선원 김문찬 씨 아들 : "3년 경력이 있으니까 시험만 보면 자동 합격이에요. (신원조회 뒤에) 면접에서 떨어지는 거야. 너무 억울하죠. (아버지가)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끌려갔는데."]
조사 신청인 외에는 결정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는게 진화위의 설명인데, 피해자 발굴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변상철/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소장 : "(진실규명 결정서에) 이름까지 명기를 했으면 '당신 피해자니까 국가에게 사과나 배상을 요구해라'라고 통지하는 것이 맞죠. 그런 절차들을 국가가 하지 않기 때문에…."]
진실 규명 결정이 내려져도 피해구제 소송 등 쉽지 않은 절차들이 남아 있습니다.
2기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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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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