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교과서 논란…"친일 미화·위안부 축소"

금창호 기자 2024. 9. 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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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2022 교육과정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이 교육과정에 맞춰 새로 만든 역사 교과서가 32종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한 출판사에서 만든 교과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친일을 미화하거나 위안부 기술을 축소했다는 건데요.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2022 교육과정 새 역사 교과서

9개사 32종 합격


이번 주부터 일선 학교 공개

내년 3월부터 사용


정권마다 불거진 '이념 논쟁'

이번에도 반복


특정 교과서 '우편향' 논란에

교육부 "다양한 교과서 종합·균형적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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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새로 합격한 역사 검정 교과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금창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검정 역사교과서가 공개가 됐는데 어떤 교과서들이 선정됐는지부터 짚어볼까요?


금창호 기자

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역사 교과서는 9개 출판사의 교과서 32종입니다.


학교급별로 보면 중학교용으로 7개 출판사의 교과서 14종이 나왔고요.


고등학교는 9개 출판사가 18종의 교과서를 내놨습니다.


역사교과서는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이념 논쟁'에 끝없이 휘말려왔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있었고요.


지난 문재인 정부때는 '6·25 남침'이 빠지고 '대한민국 수립' 대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들어간 집필 기준을 놓고 '좌편향'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9개 출판사 교과서 모두 다소 보수화 됐다는 평가입니다.


'민주주의' 표현 대신 보수 학계가 주장하던 '자유 민주주의' 표현을 모든 교과서에서 사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번에 유독 관심을 많이 받는 교과서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학력평가원이 낸 역사교과서인데요.


여기가 처음으로 검정을 통과한 곳인데 표현과 구성을 두고 논란이 많은 거죠.


금창호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에 처음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출판사인데, 상당히 '우편향'돼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표지부터 '연평도 포격' 사건 그림을 넣었고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진보학계가 주장하는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명확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이 이승만 정권을 설명하면서 '독재' 대신 '장기집권' 또는 '자유당의 집권연장'이라고만 기술한 부분입니다.


다른 8개 출판사가 독재를 명시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는 표현과 구성도 있는데요.


본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단 한 문장으로만 서술하면서 '성 착취'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빠졌습니다.


대신,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식민 지배와 연관된 '제국주의'에 대해 '침략' 대신 '진출'이라고 서술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고요.


대표적인 친일 인사인 '서정주 시인'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해야할지 주제탐구 해보자는 부분에 대해서는 '친일'을 논쟁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침략 대신 진출, 그런데 근대 이전을 다룬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로서의 기본적인 내용이나 구성이 충실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런 비판도 나오는데요.


어떻습니까?


금창호 기자

그렇습니다. 


몇몇 현장교사들에게 물어봤더니 친일·독재 미화 논란보다 교과서로서의 기본이 안 돼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사1 교과서의 15쪽에 가야 연맹의 성장과 쇠퇴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요.


정작 가야의에 대한 내용은 그 다음 쪽인 16쪽에 나와있습니다.


그러니까 배우지도 않은 내용을 먼저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가야에 대한 설명 밑에는 오히려 고구려, 백제, 신라의 3국 체제에 대한 문제가 나와있습니다. 


또, 역사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요.


이 책 92쪽을 보면 사단칠정 논쟁을 다룬 사고력 넓히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사단 칠정을 어떻게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는 내용인데, 현장 교사들은 이 문제는 역사보다는 윤리와 사상 교과에 더 맞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표절 의혹도 있습니다.


현장 교사들에 따르면 이 책 53쪽에서 일본에 영향을 미친 백제 문화를 설명하는 문단은 7차 교육과정 국사교과서와 그 내용과 표현이 똑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오늘 국회에서도 교과서 놓고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선정 절차뿐만이 아니고 집필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죠.


금창호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이 출판사의 교과서가 어떻게 채택될 수 있었는지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검정 신청을 하려면 '최근 3년 내 검정 신청 교과와 관련된 도서를 1권 이상 출판한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래서 학력평가원도 지난해 7월, 검정 실시 공고 직후 수능 기출문제집을 출간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오늘 이어졌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강경숙 국회의원 / 조국혁신당

"3년 이내에 한 권을 내야하기 때문에 자료를 냈는데 이것을 한 번 들춰보니까 어떤 내용이냐면은 2008년도 수능 완벽대비에 대한 문제지인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표지 갈이만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작년에 새로 만든 문제집이 아니라, 10년도 더 전에 만들어놓은 도서였단 겁니다.


또, 집필진에 교육부 청년보좌역이 들어가있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청년보좌역 A씨는 이 교과서의 초안을 작성해 지난해 8월 말 출판사에 제출하고 같은 해 11월 교육부 청년보좌역에 선임됐습니다.


그리고 지난달까지 저자 신분을 유지한 채로 청년보좌역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검정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이에 대해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청년보좌역과 매번 같이 일하는 건 아니"라면서 "검정에 합격한 교과서들이기 때문에 이런 교과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정부가 살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교육부는 균형적으로 살피겠다는 입장을 내놨고요.


이번 교과서 검정 앞두고 또 하나 주목을 끌었던 것이 제주 4·3 사건 부분입니다.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서 사라질 뻔했기 때문에 더 주목이 됐었는데, 이 4·3 사건에 대한 내용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담겨 있습니까?


금창호 기자

네, 제주교육청은 '4·3 집필 시안'을 만들어 각 출판사에 제안했는데요.


대부분의 출판사가 이 내용을 받아들였습니다.


불명확했던 민간인 희생자 수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했고요.


제주 4.3의 정의나 진압 시기 등도 바로 잡았습니다.


특히, 동아출판을 비롯한 3개 교과서는 4·3 특별법 전면 개정과 배상, 보상과 관련된 내용을 새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의 표현이 또 문제가 됐는데요.


이 교과서에서는 4·3 사건과 여수·순천 10.19 사건에서의 진압 대상을 '반란군'으로 표기했습니다.


제주 4·3특별법과 진상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강경 진압에 대항했던 세력을 무장대나 일부 군인으로 기술했습니다.


제주교육청은 출판사에 즉각 수정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정권과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특히 역사교과서는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이념 논쟁에 휘말려 왔습니다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금창호 기자

네, 일단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교과서 자유발행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단 주장인데요.


검정 과정 없이 교과서를 자유롭게 발행해도 문제가 있는 교과서는 현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란 논리입니다.


정부가 개입하는 국정이나 검정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니, 시장에 맡기자는 겁니다.


당장에는 현재의 검정 체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현장 교사들은 검정위원을 선발할 때부터 이념과 관련된 논란이 있다며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검정위원들에게 교과서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제 다음 달 말부터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 채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떤 교과서를 고르든지 간에 이념 논쟁을 떠나서 학생들이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교훈을 얻는 수업이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금창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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