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에서 폐교…‘벚꽃 엔딩’ 현실로
[KBS 창원] [앵커]
사상 최저 합계출산율 0.72명, 미래 대한민국을 진단하는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대학마다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데요.
수도권에서 먼 남쪽,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이른바 '벚꽃 엔딩'이라는 말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김효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산대 불어교육과 이송 교수.
1984년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어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그는, 8년 전부터 모교 강단에서 후학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길러낸 후배이자 제자는 백여 명입니다.
[이송/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 : "지역 인재 전형으로 (해마다) 9명을 다 뽑았어요.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좋아했던 학생들, 그 학생들을 우리가 키워서 (프랑스어) 선생님으로 만들고…."]
하지만 이 교수가 40년 동안 몸담았던 배움의 터전은 이제 사라집니다.
대학 구조 개편으로 불어교육과가 불어불문과와 통합되면서,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된 것입니다.
[이송/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 : "지원한 학생들을 뽑는 작업도 없고 하니까, 이제는 마무리하는, 입학한 학생들을 잘 졸업시키는 일, (할 수 있는 건) 학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잘 마무리하는 그런 일이죠."]
학교 측은 기초 학문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하지만,
[황성욱/부산대 기획처장 : "(학과 통합이) 기초학문 보호도 하고 나름 전문성도 살리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통합이 결정된 학과 재학생들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유진/부산대 독어교육과/21학번 : "우리 학교에 (독어교육과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거에 자부심이 좀 있었는데, 너무 속상했던 거 같아요."]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통폐합된 학과는 모두 7백여 곳, 경북대에선 불어교육과 폐과로 재학생들이 취소 소송을 냈고, 전북대 한약자원학과도 올해 문을 닫아 반발이 이어집니다.
지방 거점국립대도 학과 통폐합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최윤서/부산대 독어교육과/22학번 : "학문적 다양성 그런 거를 위해서 국립대만큼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 건물에 우리의 흔적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위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1970년, 100만 명을 웃돌던 출생아 수, 2002년 처음 40만 명대로 무너졌습니다.
이들 2002년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1년, 문을 닫는 대학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 부산 동부산대, 2021년 전북 서해대, 지난해 진주 한국국제대, 올해 강원 강원관광대까지.
한 해 한 곳씩 문을 닫았습니다.
수도권에서 먼 학교일수록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문을 닫는다는 이른바 '벚꽃 엔딩'이 이제는 현실이 된 겁니다.
[이상림/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설마 어떻게 되겠지. 어떻게 대학이 망하겠어? 하면서 거의 손을 놓고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됩니다. 신규 진입 인력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에서는 전에 없던 인력난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KBS와 국토연구원의 미래 인구 추계에서, 대학 진학 대상자인 19살 인구는 지난해 48만 8천여 명에서 19년 뒤인 2042년 23만 3천여 명,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백진영
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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