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108억' 검찰총장 후보자, 장녀는 '서민금융' 대출?
재산 내역 108억8800만 원을 신고한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녀가 대표적인 서민 정책금융 '햇살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자녀는 8300만 원 상당 (평가금액 기준으로 애플 2770만 원, 엔비디아 4473만 원 등)의 해외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 후보자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딸이 혼자 살며 스스로 생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자녀의 '햇살론' 대출에 해명했다. 심 후보자의 자녀는 1996년생으로 대학원생 시절인 2022년 11월 신한은행 법조타운 지점에서 450만원의 '쏠편한 햇살론 Youth(유스) 대출'을 받았다.
'햇살론 유스'는 금융취약 청년 금융부담 경감을 위해 만든 서민금융진흥원의 대출상품으로 정부재원인 복권기금을 활용한다. 수입이 불안정하고 신용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이 절박한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해 고금리대출이나 불법사금융에까지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정책금융 사업이다. 적용 금리는 3.6%~4.5%로 시중 금융상품보다 낮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런 대출은 가난하고 힘들고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받으라고 한 것"이라며 "108억 재산을 가진 사람의 딸이 하라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님이 대학원생이면 도와주고 최저생계를 유지할 다른 사람들이 대출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심 후보자는 "청년들이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씀 주신 것 같은데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 의원은 "사과할 수 있겠느냐"라고 되물었고 심 후보자는 "사과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딸이 홀로 한 번 살아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심 후보자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시절 장학금으로 학비 전액을 민간 장학금으로 지원받았다. 야당은 해당 장학금에 대한 뇌물성 의혹을 제기했다. 2001년생 아들은 1억234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해당 장학금은 교장의 추천과 교사의 추천 서류가 없다면 지원조차 불가능한 장학금이다. 민간 장학금이고, 후보자의 장남만 찍어서 줬다면 그건 뇌물 아니냐"며 "검찰이 기소한 조국 대표 장녀 사례에 비춰보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오죽하면 같이 학교를 보냈던 학부모들이 제보를 했겠느냐"고 쏘아붙였다. 심 후보자는 이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또 카카오그룹에 영입된 동생 심우찬 변호사의 이해충돌 논란을 두고는 "동생은 현재 카카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감사 업무 담당 부서에 있다"면서도 "카카오 관련 사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자의 동생 심우찬 변호사는 지난 5월 카카오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책임경영위원으로 영입됐다.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의 공소 유지를 총괄하게 돼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심 후보자 장인이 사망한 뒤 2년 만에 20억을 추가로 상속받은 경위를 밝히라는 추궁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배우자의 부친이 사망한 지 2년 후에 현금 30억 원이 뭉칫돈으로 나왔는데 어느 캐비닛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자료를 안 내고 있다"며 "(추가 상속받은) 20억 원에 무슨 불법이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영교 의원은 "검찰총장이 제왕인가. 왜 요구한 자료를 내놓지 않느냐"며 "청문위원들은 후보자 자녀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심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족의 예민한 사생활 부분에 대해서는 제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도 "인사청문회를 할 때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자녀 관련 자료는 특별한 의혹이 제기되지 않는 한 (여야가) 서로 양해해 왔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심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면서 오전 청문회는 시작한지 50여 분만에 정회했다. 이후 속개한 청문회에서 심 후보자는 가족의 출신 학교, 자녀의 장학금 내역·학교폭력 가해 여부, 인천지검장 재직 당시 마약 사건 수사 자료 등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본질의를 시작했다.
'文 수사' 두고 민주당 "배은망덕·패륜 수사" vs 국민의힘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최근 검찰 수사를 두고 충돌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라고 주장했고, 야당 특히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배은망덕, 패륜 수사"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윤석열 검찰 정권에 의한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는 정치 보복 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무슨 불이익을 줬거나 피해를 줬거나 했을 경우에는 앙심을 품고 보복할 수 있다. 그런데 자격도 되지 않는 사람을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승진시켰더니 지금 배은망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은망덕 수사라고 생각한다. 정치보복 수사는 아니다"라며 "보복할 자격과 지위에 있지도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공정하게 청문회를 운영하라"고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배은망덕 수사라고 생각하고, 패륜 수사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검장 출신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검찰이 관련 없는 (문 전 대통령 자녀) 문다혜 씨의 금융 거래 내역을 흘려서 망신 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제2 논두렁 시계'라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은 2년 넘도록 수사하고, 김건희 주가조작은 몇 년째 결론을 못 내고, 김 여사 명품백 수사는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심 후보자는 "(수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봤다. 수사 상황을 직접 보고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성윤 의원은 이어 "나만 총장, 고검장, 검사장이 되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에 검찰 조직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 후보자도 총장이 되려고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사건,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잘 처리하겠다고 맹세했으리라고 저는 확신한다"며 "후보자께 묻는다. 후보자는 대통령께 충성을 맹세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심 후보자는 "모욕적인 질문이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문다혜 씨에 대한 수사가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고발돼 있던 사건"이라며 "그런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담당 검사나 검찰총장을 불러서 '내가 은혜를 갚아야 하니 이 수사는 하지 말라'고 지시를 해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심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하다보면 배은망덕한 패륜 검찰총장이라고 할 건가"라며 "전직대통령이든 누구라도 성역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배은망덕 수사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보는데 사실관계가 확정됐고, 그에 대해서 다툼이 없는 것 같고, 압수수색도 진행했으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맨 수준이 아니고 오얏나무를 통째로 잘라서 들고 가는 범인이 있으면 빨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취임하면 이 사건부터 신속하게 결론 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심 후보자는 "모든 사건은 동일한 기준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검찰이 위기다. 입법부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노골적으로 흔들려는 시도가 계속된다"고 흔들림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이에 심 후보자는 "외부 영향이 없도록 총장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심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친오빠 김진우 이에스아이엔디 대표와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박준태 의원의 '결혼식과 자녀 돌잔치에 김 대표가 참석한 점과 승진 때 김 대표가 축하 난을 보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혀 모르고 연락한 적이 없다. 연락처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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