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연봉 4억"… "안가요"
중앙의료원, 전문의 채용 난항
비수도권 국립대 등록 180명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의 장기화가 지역 응급의료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장래 의사가 될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이어지면서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부 병원에서는 연봉 4억원을 내걸고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등 응급실 의사 '구인전쟁'이 격화되는 중이다.
◇"4억 줘도 안와요"…전국 병원, 응급실 의사 구인난 심화=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응급실 파행 운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주요 병원 응급실 간 인력 등으로 일부 병원은 응급실 의사를 구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계약직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긴급 채용하는 재공고를 냈다. 연봉은 4억원, 계약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올 들어 국립중앙의료원은 벌써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여러번 게재하면서 구인난을 드러내왔다. 지난 7월부터는 아예 채용 공고문에 연봉을 4억원으로 못박았으나 재공고가 올라온 점으로 미뤄 사실상 채용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 의료기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인력부족으로 응급실 야간진료를 아예 중단한 후 여전히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애초 교수 3명과 촉탁의(계약직) 12명 등 15명으로 운영되다가 최근 교수 1명, 촉탁의 3명이 사직한 데 이어 이달 1일자로 촉탁의 4명이 추가로 사직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봉은 3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인근 대형병원에서 4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면서 사직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충주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 병원 측은 이들에게 연봉 인상을 제시했으나, 이 가운데 2명만 잔류키로 했다. 병원을 떠나기로 한 5명 중 2명은 서울의 대형병원에 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이고 나머지 3명은 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기존 14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이들 중 4명이 사의를 밝혔으나 병원 측의 설득 끝에 사직을 보류하기로 했다.
◇국립대 의대 등록률 3.8% 불과…돌아오지 않는 의대생=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복귀도 저조한 상황이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비수도권 9개 국립대로부터 받은 2학기 의대생 등록금 납부 현황을 보면, 현재까지 등록을 마친 의대생은 180명으로 집계됐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9개 대학 의대 재학생이 4696명임을 고려하면, 등록률이 3.8%에 그치는 셈이다.
등록 인원이 가장 많은 전남대가 87명이었고, 이어 전북대 24명, 충남대 23명, 충북대 ·경상국립대 각 14명, 부산대 13명으로 집계됐다. 강원대는 3명, 경북대는 2명뿐이었고, 제주대는 아직 등록한 의대생이 없었다.
2학기 수강 신청도 저조했다. 9개 국립대의 2학기 수강 신청 인원은 277명에 불과했다. 등록보다는 인원이 많지만, 여전히 재학생 대비로 보면 5.9% 수준에 그친다.
수강 신청률도 6%에 불과하다. 서울대 수강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번 가을학기 서울의대에 개설된 전공필수 강의 37개 수강 비율은 35.6%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을 겪기 전인 작년 가을학기에 열린 전공필수 강의 36개 수강 비율(89.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출구 없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대생 수업 거부는 전국 주요 대학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지역 대부분의 의과대학도 2학기 수업이 개설됐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않아 1학기와 비슷한 분위기다.
인하대 의대는 전날인 2일 2학기 개강을 했으나, 전체 재학생 281명 가운데 12명만 전공 수업에 참여했다. 같은 날 2학기 개강을 한 가천대 의대도 재학생 244명 중 수업 참여 학생은 6명에 불과하다.
전남대 의대는 1학기 휴학이 불가능했던 의예과 1학년들이 추가로 휴학계를 내면서 휴학자들이 더 증가했다.
대학 측은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해 수강 신청을 독려하거나 학칙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복귀율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진선미 의원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개월간 의대생을 설득할 구체적인 대책 없이 학교 현장으로 복귀만 종용한 결과"라며 "전향적인 태도로 의대생들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하연·강민성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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