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차 병원으로 가세요"… 응급실 발길 돌리는 환자들

정인선 기자 2024. 9. 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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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사가 한 명이라 외상 환자 치료가 어렵습니다. 다른 병원에 가셔야 해요."

3일 오전 11시 건양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80대 후반 A 씨는 다친 얼굴을 부여 잡으며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대전지역 다른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 응급실도 중증 환자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일부 내원객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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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불가' 방침에 타 병원으로 발길 돌리는 시민들
의료진 부족에 응급실도 비상…의사·환자 모두 '한숨'
3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정인선 기자

"지금 의사가 한 명이라 외상 환자 치료가 어렵습니다. 다른 병원에 가셔야 해요."

3일 오전 11시 건양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80대 후반 A 씨는 다친 얼굴을 부여 잡으며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평소 다리가 불편했던 A 씨는 길을 걷다 넘어져 입술이 찢어지고 얼굴 곳곳이 찰과상을 입었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인 건양대병원은 중증 환자의 응급 진료만 가능한 상황. 당일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교수도 단 1명에 불과했다.

한 의료진은 A 씨에게 지혈 등 기본 응급처치를 한 뒤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2차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안타깝기는 응급실 의료진들도 마찬가지. 병원 관계자는 "지금 진료 중인 의사가 1명이라 중증 환자를 먼저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꿰매야 할 거 같은데, 119에 문의하면 상담실에서 진료 볼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A 씨는 응급실 대기 장소에서 약 1시간 동안 천안에 있는 아들이 오기 만을 기다렸다.

3일 오후 3차 병원인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인근 병원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정인선 기자

대전지역 다른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 응급실도 중증 환자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일부 내원객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던 80대 B 씨는 오전부터 시작된 복통이 계속돼 이날 오후 충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충남대병원에 다닌 적이 없던 B 씨는 '전공의 집단 행동 이후 중증 환자만 받으라고 지정돼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결국 자녀와 함께 응급실을 빠져 나왔다. B 씨의 보호자는 "원래 다니던 개인병원에서 충남대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온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의료진은 "먼저 (2차) 병원에 가셔야 한다"며 B 씨의 접수를 취소했다.

인근 2차 병원인 대전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대기실은 비교적 한산했던 다른 3차 병원에 비해 다소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3차 병원에서 '진료 불가' 통보를 받은 환자들이 2차 병원에 몰리는 탓에, 더 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전성모병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절반 가량의 인력만이 남아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책임지고 있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버티는 게 대책"이라며 "1명이라도 더 그만두면 못 버틸 것 같다"고 호소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최근 전문의 이탈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응급진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겨우 응급실 문을 연다 해도, '배후 진료'가 원활하지 못해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사례도 빈번하다. 동네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는 더 걱정이다. 경증 환자가 평소보다 더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중증환자를 제때 받기 위해 응급실 병상을 남겨둬야 한다"며 "경증 환자가 몰리는 추석 연휴 기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충남대병원은 최근 전문의 이탈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야간 성인 응급진료를 중단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도 최근 전문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야간·휴일 운영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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