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훈련· 습도 체크·사격 고글…정호원 ‘이유있는’ 보치아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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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강원도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은 1986년 2월에 태어났다.
정호원은 중학교 1학년 때 보치아를 시작했다.
정호원을 '한국 보치아 에이스'로 부르는 이유다.
정호원의 우승으로 한국 보치아는 1988년 서울 대회 때부터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의 신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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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강원도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은 1986년 2월에 태어났다. 돌이 채 되기도 전에 낙상 사고를 당했다. 지하철역에서 매점 일을 하던 어머니(홍현주씨)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9살이던 1995년, 집에 화재가 크게 났다. 어머니는 몸이 아픈 정호원을 먼저 챙겼고, 그사이 형(정상원씨)은 전신 화상을 입었다. 역시 화상을 입은 어머니와 형의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갔다.
정호원은 중학교 1학년 때 보치아를 시작했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경기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힘 조절과 집중력 등 고도의 세밀한 조절이 필요한” 운동이어서 빠져들었다.
2024 파리패럴림픽은 정호원의 생애 다섯번째 패럴림픽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처음 출전한 이후 꾸준히 메달을 따왔다. 정호원을 ‘한국 보치아 에이스’로 부르는 이유다.
정호원은 “그냥 ‘장애인’이 아닌 ‘선수’라는 타이틀이 주는 사회적 역할과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기대와 존경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파리에서도 메달 행진이 이어졌다. 그는 3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대회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1:0/0:2/1:0)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격 조정두·박진호에 이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세번째 금메달이다.
개인으로는 패럴림픽 일곱번째 메달(금 4개, 은 2개, 동 1개)이다. 정호원의 우승으로 한국 보치아는 1988년 서울 대회 때부터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의 신화를 썼다. 한국이 올림픽 양궁 최강국이듯 패럴림픽에선 보치아 최강국이다.
정호원은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솔직히 작년까지는 내가 원하는 성과가 안 나와서 김승겸 코치님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나는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제 보치아를 좀 내려놔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옆에서 코치님이 이것저것 실험도 하고 개발도 하고 그러면서 경기력이 점점 올라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올해 초부터 보치아가 다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빨간색·파란색 공을 나눠 갖고 표적구(흰색 공)에 가장 가까이 붙인 선수(팀)가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애 정도에 따라 손으로, 혹은 홈통을 이용해 입에 문 마우스 스틱으로 공을 굴린다. 정호원은 중증 장애인이어서 마우스 스틱을 이용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호원은 경기 때 사격 선수가 쓰는 고글을 쓰기 시작했다. 홈통 램프를 자체적으로 더 정교하게 수정하기도 했다. 마우스 스틱을 이용해 굴린 공이 홈통을 통과할 때 덜 흔들리도록 연결고리를 아예 이음새 없이 하나로 만들었다. 바닥 상태와 경기장 습도까지 따져가며 훈련했다.
수중 훈련도 했다. 임광택 보치아 대표팀 감독은 “수중 운동을 통해 근육도 이완되고, 관절 가동 범위도 훨씬 늘어났다. 그런 점이 경기력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지원 아래 과학적·체계적 훈련을 이어온 덕에 보치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이날까지 메달 4개(금 1개, 은 2개, 동 1개)를 땄다. 정호원은 페어 종목에서도 강선희(47·한전KPS)와 짝을 이뤄 금메달에 도전한다.
파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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