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도 손자가 풀어내는 '무명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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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현대사 책이라 하면 일제 강점기의 전시동원체제, 해방공간의 좌우대립, 한국전쟁과 인공치하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흐름을 짚어내곤 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는 이 틈새에서 민초들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무명의 역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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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구술을 '역사화'하며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이동해 / 푸른역사 / 268쪽 / 1만 7900원)
보통 현대사 책이라 하면 일제 강점기의 전시동원체제, 해방공간의 좌우대립, 한국전쟁과 인공치하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흐름을 짚어내곤 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는 이 틈새에서 민초들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무명의 역사'에 집중했다. 저자는 1930년대생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축으로, 피부에 와닿는 역사를 풀어내고자 했다. 묵은 사료에서 뒤져낸 역사에 더해, 흥미롭고 생생한 구술사 이상의 역사를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
저자가 할아버지의 삶에 주목한 이유는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삶'을 살펴보고자 함이다. 일제시기부터 해방공간,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걸쳐 독립운동가 혹은 구국 영웅처럼 거대한 사명을 지닌 사람들이 아닌, 말 그대로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솔직하게 풀어나가고자 했다는 얘기다.
"할아버지이자 이 책의 구술자 허홍무에게 특별한 사명감은 없었다. 물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가치관과 정치적 지향이 없던 건 아니었겠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먹고 사는 문제였다." 저자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역사를 묶어낸 이유다.
저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재력의 있고 없음의 차이일 뿐, 늘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고 봤다. 이들의 시각에 따라 그 삶을 조명함으로써 독립운동 혹은 주요 정치가 또는 구국 영웅으로 대변되는 시대상에 무명인 사람들의 삶 풍경을 추가해 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무명인의 구술을 역사화하기 위해 다분한 노력은 필수였다. 개인의 구술, 특히 무명인의 구술은 신빙성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어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마을지, 총독부 관보 등 문헌부터 시작해 학교 생활기록부, 군대 거주표까지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는 데 비중을 뒀다.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는 '창씨개명'의 본질부터 해방 직후 중학교 입시제도 변화, 인공치하 전후 좌우익의 학살로 얼룩진 아비규환, 하루 평균 수십 명씩 탈영했던 쌍팔년도 군 생활 등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펼쳐낸다. 가마니가 일본의 '가마스'에서 전래됐다든가 '몸빼'가 조선 여성의 전시 복장으로 통일된 사연, 영화관에 '지정좌석제'가 도입된 배경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아냈다.
기존 구술생애사 서술을 넘어서겠다는 저자의 의지도 돋보인다. 구술생애사를 다룬 책들은 보통 구술자의 구술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만약 여기에 추가 설명이 붙으면 구술자가 해당 사건을 겪으며 느끼는 것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럼 그 책은 역사학적 성격은 다소 부족해질 수 있다. 때문에 저자는 '맥락 찾기' '검증하기' '특정하기'라는 세 가지 방법을 도입, 구술의 증명과 사실관계 분석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저자는 '자기 가족의 이야기 혹은 뿌리가 궁금한 독자' '궁금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독자'를 위해 이 책을 참고할 만한 교보재로 추천한다. 저자는 "책을 읽다 보면 구술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어떤 자료를 참고해야 할지 대략적인 감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며 "가족의 구술을 듣다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이는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공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구술사라는 분야의 독특한 성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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