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황홀한 유혹, 기름진 음식

2024. 9. 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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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도넛과 커피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저녁에 친구들과 어울려 양념치킨과 맥주 한잔을 마시게 되면 언제 입맛이 없었나 싶다. 특히 식후에 쿠키나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면 더 즐거워진다.

기름지고 따뜻한 음식은 입 안을 자극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이 체내에 들어와 대사되는 과정을 보면 '트로이의 목마'를 떠올리게 된다.

체내 기름은 췌장에서 분비된 효소에 의해 지방산 등으로 분해된 다음에 담즙에 있는 콜레스테롤과 결합하여 중성지방의 형태로 장에서 흡수된다. 그런데 중성지방 자체는 물에 녹지 않는다. 단백질, 인지질 같은 물질이 공처럼 둘러싸게 되면 물과 어울러져서 혈액으로 운반된다. 마치 야구공 속에 중성지방이 가득 차있고 그 표면을 단백질 등으로 둘러싼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이를 '암죽미립'(chylomicron)이라고 하는데 지방을 지방세포, 심장, 근육세포들로 운반시켜 소비하게 한다. 그리고 과도하게 섭취된 중성지방은 지방세포에 축적되어 비만을 유도하지만 에너지가 필요할 때에는 축적된 중성지방은 방출되어 사용된다.

중성지방은 식사와 관련이 높아 같은 사람이 지방이 거의 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와 삼겹살과 같이 기름진 음식을 듬뿍 먹었을 때를 비교하면 혈중 농도가 거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따라서 공복일 때보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는 기름이 더 위험하다. 공복시에도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과도하게 생성된 중성지방은 간에서 흡수되어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콜레스테롤 역시 물에 녹지 않으므로 인지질과 특수 단백질로 둘러싸서 공같은 구조를 만들어 혈액으로 이동하는데, 이것이 LDL-콜레스테롤이다.

흔히 LDL 혹은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른다. LDL은 혈관의 내막(內膜)을 통과하여 혈관벽에 들어가서 산화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LDL과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大食)세포의 유입을 촉진하게 된다.

대식세포가 유입되면 LDL을 먹어서 대식세포 안에 여러 개의 LDL이 쌓이게 된다. 이를 현미경으로 보면 마치 세포 안에 거품이 있는 듯한 모양이어서 거품세포(foamy cell)라고도 부른다.

대식세포는 콜레스테롤을 HDL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HDL은 처음에는 원반에 가까운 형태이지만 분비된 다량의 콜레스테롤을 내부로 흡수하여 가득 차게 되면 공처럼 둥근 형태가 된다. 그러면 간으로 이동하여 콜레스테롤 일부는 간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담즙으로 분비된다.

또 HDL은 혈중 중성지방도 흡수하여 간으로 옮기므로 심장병과 뇌경색같은 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정확한 명칭은 HDL-콜레스테롤이지만 HDL 혹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대식세포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면에 대식세포가 있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섬유화가 진행된다. 또, 혈관의 특정 부위에 LDL과 대식세포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내막이 혈관 안으로 불룩해지면서 얇아지게 된다. 얇아지고 섬유화가 진행된 내막은 쉽게 찢어지는데 여기에 혈액이 엉겨 붙어 혈관이 막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서 발생하면 매우 위험한 상태인 급성 심근경색이 된다. 따라서 LDL과 중성지방을 최대한 낮추고 HDL은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형성하며, 체내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담즙의 원료로서의 기능도 있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아도 위험하다는 보고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다시 분석한 결과 콜레스테롤이 낮은 그룹으로 분류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성 알코올 중독자 혹은 마약 중독자와 같은 영양실조의 문제가 있었다. 미국과 같이 고기와 유제품이 흔한 나라에서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이런 오류가 나온 것이다. 그 후 집중적인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콜레스테롤은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특히 이미 협심증이 있다면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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