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 부정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자격 없다

한겨레 2024. 9.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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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안 후보자가 인권의 최후 보루인 인권위원장이 될 자격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안 후보자는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거나 여호와의 증인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투로 답변하는 등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학과 인권에 대한 상식조차 부정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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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웃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3일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안 후보자가 인권의 최후 보루인 인권위원장이 될 자격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주요 인권 문제에 대해 왜곡되고 편향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옹호하는 등 반인권적 견해를 태연하게 고수했다. 인권위원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라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퇴행적 인식의 소유자가 인권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안 후보자는 과거에)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 항문암, 에이(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의에 “제가 가진 여러 자료에 통계가 있다”고 답하는 등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서면답변서에서는 “차별금지법에 의해 다수의 표현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소수자 입장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수가 소수자를 비판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다른 사람의 성적 지향을 비판할 자유를 주자는 말은 혐오할 자유와 배제할 자유를 주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인권위가 2006년부터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온 이유는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위축되지 않게 하고, 동등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포용과 상생의 문화가 우리가 가야 할 성숙한 사회의 궁극적 모습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이나 인종, 성별, 직업, 나이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 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확산된다거나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수단이 된다는 주장은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만 공유하는 근거 없는 편견이다. 그런데 그런 극단적인 편견을 지닌 사람이 인권위원장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안 후보자는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거나 여호와의 증인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투로 답변하는 등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학과 인권에 대한 상식조차 부정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아들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명쾌히 해명하지 못했다.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안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인권 향상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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