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소수자 차별 발언하는 ‘안창호 인권위’ 국제적 망신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마르크시스트와 파시스트가 활개치고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저서에서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런 우려가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에이(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의에는 “제가 가진 여러 자료에 통계가 있다”고 했고, ‘유엔이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의에는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고 했다. 인권위원장 후보자라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 극우 유튜버나 할 법한 주장을 쏟아낸 것이다.
안 후보자는 그러면서 “인권위가 여태까지 차별금지법을 추진한 것을 잘 알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우리나라 인권 신장에 많이 (기여)한 것을 알고 있지만 일정 부분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개혁돼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셈이다. ‘안창호 인권위’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권위의 기존 입장을 번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2001년 출범한 인권위는 그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세계인권선언문이 규정한 보편적 인권의 실현을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최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면서 2026년까지 이행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갖은 혐오 표현을 불사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유엔의 권고를 대놓고 무시하는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명색이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어떻게 낯을 들겠으며, 인권외교에서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 그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요, 국격 추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인권위는 윤석열 정부 들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독선과 기행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인권위가 권리구제를 한 비율은 낮아지고 기각·각하 등 종결한 비율은 늘어났다.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건 통계로 확인된다. 인권위 무력화는 안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 더 심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안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기구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에 반하는 인물을 수장에 앉히는 청개구리식 인사로 국가 기구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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