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힘든 대출, 더 옥죈다 … 실수요자 '대출 절벽' 발동동
지난달 가계대출 10조 폭증
금리인상·한도축소 안먹혀
신용대출 수요 들썩거리자
풍선효과 차단에 나선 정부
연봉 이내로 한도 축소 검토
2금융권도 주담대 조이기
삼성생명, 무주택자만 대출
은행권에서 가계빚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한도 축소, 다주택자 대출 제한 강화 조치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폭증하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추가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 방향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조이기였다면 이제는 신용대출이나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도 함께 관리해 혹여나 '풍선 효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강화 흐름에 이미 주택 계약을 마쳤거나 이사를 계획 중인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3일 NH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갭투자 등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역시 한시 중지할 계획이다. 모기지 보험(MCI·MCG)도 제한한다. 앞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이어 이날 농협은행까지 대출 억제 흐름에 추가로 가세한 것이다.
2금융권인 생명보험사도 주담대 조이기에 동참했다. 이날 삼성생명은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대출을 내주기로 하고 이를 영업점에 통보했다. 은행권이 일제히 주담대 조이기에 나섬에 따라 보험사에서 대출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해졌다. 최근 가계빚을 억제하고자 '관치' 논란 속에서 금융시장에 개입했음에도 폭발하는 대출 수요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9월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막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8조9115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개인신용대출 한도 축소,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 DSR 적용 범위 확대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살펴보고 있다.
신용대출은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연봉의 일정 비율이나 연봉 이하로 한도를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당국은 전세자금대출 보증보험의 최대 보증비율을 현재 100%에서 80% 이하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 심사가 강화되면 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가계대출 증가 추세에 따라 추가 방안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 쏟아져나온 은행별 대출심사·관리 강화에 더해 향후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돼 대출 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은행별로 강화된 각종 규정 때문에 주택 구입과 이사 등에 차질을 빚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를 안내하는 은행들도 애를 먹고 있다. 일단 전반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의와 접수 자체는 줄었다는 게 은행권 얘기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실행되면서 지난달에 이미 매매계약을 진행해 이를 피해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A은행의 한 지점은 대출규제가 강화된 9월 이후 대출문의가 거의 사라졌다.
문제는 미리 대출을 신청했던 사람들이다. 대출을 신청한 상태에서 금리가 계속 올랐고, 대출기간이 짧아지면서 한도가 줄어서다. 취급 불가 대출상품까지 늘어나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7월 초만 해도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2.84%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9월 3일 기준으로는 같은 상품의 금리 하단이 4.12%로 올랐다. 만약 신한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5년 고정형, 40년 상환, 비거치식,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으로 금리 2.84%에 받았다면 월 납부 원리금은 105만원 정도다. 그러나 4.12%를 적용하면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이 127만원대로 22만원이 뛴다.
은행 내부 방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편차가 커지자 이른바 '은행 메뚜기족'도 생겨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인천 등 최근 준공된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에서 은행들을 차례로 돌며 금리와 한도를 체크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 설명했다. 또 C은행 관계자는 "차주들이 대출 강화 정책을 시행하는 데 대해 반감이 크다"면서 "비규제 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한 고객이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려는데 장애물이 생기자 항의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은행권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자율협의회를 꾸린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6일 은행회관에서 국내 17개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관리 실무협의회' 킥오프 회의를 열 예정이다.
[박인혜 기자 / 채종원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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