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티메프 사태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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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책 '언더그라운드'에 1995년 도쿄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테러사건의 피해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그는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사망자 ○○명'과 같은 추상적 숫자는 진실을 담을 수 없다고 봤다.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들 각각의 개인적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깊은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고 사건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4만8000여개 업체를 운영하는 A씨들은 잊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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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0년을 다닌 회사에서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60세를 넘긴 그분은 '한성식품'이라는 김치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다. 직원 대부분이 50~60대 고령이었다고 한다. 회사를 창업한 김순자 대표는 국가에서 인정한 김치명장으로, 언론 인터뷰에도 여러 번 나왔다. 하지만 한성식품은 내부고발로 인해 썩은 배추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장이 폐쇄됐다. 썩은 배추 파동 수년 전부터 회사는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했다. A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월급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비싼 변호사를 써서 소송을 해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들었다"며 "내가 일한 남은 월급이나 받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금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1조2800억원, 피해업체는 4만8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영세한 이들 업체에 수백만원, 수천만원은 생계가 걸린 큰돈일 수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회 정무위에 출석,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다"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구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사기'와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티메프는 법정관리 중이다. 향후 구 대표는 법에 의해 형사상·민사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값비싼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해 방어를 할 것이다. 법정관리 진행 역시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알리바이(근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4만8000여개 업체를 운영하는 A씨들은 잊혀질 수 있다. 숫자가 아닌 A씨에 대한 공감과 이해, 피해 회복이 필요하다.
hw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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