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장관 “대통령실 지시 없었다” 수사 외압 거듭 부인

곽희양 기자 2024. 9.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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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 ‘02-800-7070’ 전화 후 이첩보류 지시
“초급간부 트라우마 고려해 이첩보류 지시”
박 대령 측 변호인, 이 전 장관 주장 허점 공격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채 해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7차 공판이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으로 오전에는 박 대령이 오후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김창길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3일 법정에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든 대통령실 참모든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내린 수사 이첩 보류 지시는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은 이 전 장관의 주장을 탄핵하는 데 집중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쟁점은 이 전 장관의 사건 이첩보류 지시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느냐였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54분 ‘02-800-7070’으로 걸려온 전화로 2분48초 통화했다. 통화 직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에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 지시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박진희 장관 군사보좌관(현 육군 56사단장)과 채 상병과 함께 있던 초급 간부들을 경찰에 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대화를 하다가 대통령실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통화한 대상이 대통령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구체적 통화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박 대령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이 전 장관 이첩보류 지시의 위법성을 따져물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8월1일 오전 10시39분 김계환 사령관이 박 보좌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상급제대의 건에 대한 관련자 변경시 직권남용 권리방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이첩보류 지시가 위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박 보좌관은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책임 관리인원은 징계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김 사령관과 박 보좌관이 해당 대화를 한지 몰랐다고 했다.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책임 관리인원은 징계’라는 발언은 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문구라고 주장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 인물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 대령 측은 지난해 7월 31일 장관 주재 회의에 참석한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수첩에 ‘사람에 대해서는 조치 혐의 안됨(없는 권한 행사)’이라고 적은 것을 두고도 임 전 사단장 제외 의미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사람을 이첩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이첩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재판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상관의 적법한 이첩보류 지시를 거부하고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이 이 재판의 실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대통령으로부터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외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31일 군사보좌관실의 소령급 법무장교에게 사건 이첩에 대한 조언을 듣고 이를 장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역시 대통령실 개입이 없었다는 취지다. 이에 박 대령은 “전날(지난해 7월30일) 결재까지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박 보좌관의 말 한마디로 (장관의 결정이)뒤집혔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허위 증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지난해 7월 31일 ‘02-800-7070’ 번호로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를 했는지, 통화를 했다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사실 조회를 해달라는 박 대령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상대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는 취지의 대통령의 발언을 들었는지에 대한 사실 조회 신청도 받아들였다. 사실 조회 요청을 받은 대상자에게 답변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어떤 회신이 오든 VIP 격노설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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