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중국 등쌀에…필리핀 어민, 조업장소 더 잃어

박진형 2024. 9.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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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기존 핵심 분쟁 장소보다 필리핀에 더 가까운 암초가 새로운 분쟁 '화약고'로 떠오르면서 중국 선박들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다.

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지난 수 주 동안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충돌이 잇따른 가운데 필리핀 당국 선박뿐 아니라 필리핀 어민들도 이 해역에서 쫓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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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암초 분쟁해역 되면서 中 행동반경 더 넓어져
남중국해서 필리핀 해경선 들이받는 중국 해경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의 옆구리를 들이받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필리핀 해경이 공개했다. 2024.09.03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기존 핵심 분쟁 장소보다 필리핀에 더 가까운 암초가 새로운 분쟁 '화약고'로 떠오르면서 중국 선박들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다.

이에 따라 현지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 해역이 더 좁아지고 중국 측 괴롭힘이 더 심해지면서 어민 생활고가 한층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지난 수 주 동안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충돌이 잇따른 가운데 필리핀 당국 선박뿐 아니라 필리핀 어민들도 이 해역에서 쫓겨나고 있다.

사비나 암초는 기존 최대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 필리핀 본토 쪽으로 약 50㎞ 떨어져 있다.

그만큼 필리핀과 더 가까우며 가까운 필리핀 영토인 팔라완섬에서 약 139㎞ 떨어져 있어 200해리(약 370㎞)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도 중국 해경·해상민병대 등 선박의 현지 어민 괴롭힘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민 소프로니오 로페즈는 지난달 24일 사비나 암초에서 약 24㎞ 떨어진 해상에서 중국 해경·해상민병대 선박들에 의해 쫓겨났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 보트를 타고 나흘 동안 항해해 사비나 암초 근해에 도착했지만, 중국의 방해로 그곳에 설치된 물고기를 끌어들이는 부유식 집어장치(FAD)까지 갈 수 없어서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로페즈는 자신의 보트보다 훨씬 큰 중국 배들이 자기 일행을 둘러싸서 "나무로만 만들어진 우리 보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곳을 떠났다"면서 "이 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어민들은 더 이상 어업에 종사할 수 있는 해역이 없어서 상황이 매우 어렵다"면서 수입 감소로 "우리 아이들이 천천히 굶어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매우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다른 어민 재슨 파질라간도 지난주 사비나 암초에 갔더니 중국 배들이 필리핀 팔라완섬의 산이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따라붙었다면서 중국 선박의 활동 범위가 필리핀 해안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남중국해로 배를 타고 나와서 중국 선박의 괴롭힘 때문에 한 번 조업을 못 할 때마다 자신과 선원들이 약 5만 필리핀페소(약 118만원)씩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파질라간은 "마치 우리가 그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 같지만 여기는 우리 바다"라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필리핀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남중국해 티투 섬(필리핀명 파가사)의 어민들도 주변 바다에서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파가사 어민협회의 래리 휴고 회장은 중국의 압박으로 하루 어획량이 원래 50㎏ 수준에서 20㎏로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휴고 회장은 조상 대대로 어업하던 이곳 바다에서 이제는 중국 선박들이 자신들의 어선을 뒤쫓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 영역에서 도둑과도 같은 신세"라고 한탄했다.

지난달 19일 이후 지금까지 사비나 암초에서 중국 선박과 필리핀 선박 간의 물리적 충돌 등 충돌 사태가 네 차례나 벌어지면서 이곳은 세컨드 토머스 암초와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를 이은 양국 간 격돌의 최전선이 됐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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