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이 1시간 동안 응급실 찾다가 ‘뇌 손상’ 의식불명

일부 병원 응급실이 야간 진료를 중단하는 등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3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에서 환자가 병상에 누워 기다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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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2살 영아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의식불명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소방 당국은 일요일이던 지난달 4일 저녁 8시40분께 두살배기 ㄱ양이 열과 경련 증상을 보인다는 ㄱ양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약 11분 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소아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기 위해 인근 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소아과 응급실은 있지만 세부 전문의가 없다며 아이를 받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급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ㄱ양을 옮겼지만, 이곳에도 소아과 의사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병원을 찾느라 약 1시간을 허비한 ㄱ양은 11곳의 병원에서 거절당한 뒤에야 약 40㎞ 떨어진 인천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ㄱ양은 약물 투여 등을 받은 뒤 경련을 멈췄다. 하지만 뇌 손상을 입어 한달째 의식불명 상태다.

ㄱ양의 진료를 거부한 병원은 대학병원과 권역별응급의료센터 등을 포함해 일산 관내 3곳, 김포 관내 2곳, 부천 관내 1곳, 의정부 관내 1곳, 서울 관내 4곳으로, 평소 소아 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ㄱ양을 받지 않았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지만 의료진 이탈이라는 전체 흐름에서 저희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교수님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지만, 그날이 주말이다 보니 전문 의료진이 없어 (ㄱ양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응급실 미수용은 의사 인력 부족이나 의료전달체계 등 의료개혁의 목표로 삼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며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의료 역량의 한계가 있고, 한계 속에서 이러한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 사안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오전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에 ‘조사 명령서’를 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환자지원반 내 즉각대응반과 각 지자체의 현장출동반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givenhappy@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