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만 원 필리핀 가사관리사, 일 시작”에도 여전히 ‘갸우뚱’.. 강남 3구 특권? vs 가사노동 대안? 이러다 ‘그림의 떡’ 될라 “걱정 여전”

제주방송 김지훈 2024. 9. 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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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가구 142곳서, 가사관리사 업무 시작
서울 거주하며 12살 이하 자녀 양육 가정
비용 부담은 여전 2가구 중 1곳 ‘강남 3구’
업무 범위 등 모호성.. ‘갈등 불씨’ 우려도
최저임금 예외 등 논란.. “홍콩, 경우 달라”
정부, 내년 확대 검토.. 실효성 담보 “글쎄”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6개월간의 시범사업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시가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3일 본격 업무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각종 비용 부담에 특정 지역 집중 문제, 업무 범위의 모호성 등이 불거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번 사업이 과연 중산층 이하 가정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특히나 정부는 시범사업 시작 전부터 가속 페달을 밟아대는 모습입니다.

급기야 내년 상반기, 1,200명 규모의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전국 확대 검토까지 언급하면서 비단 서울시 얘기로만 그치지 않으리란 관측입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반해, 정작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3일 첫 서비스 신청가구를 대상으로 첫 업무에 들어갔다. (서울시 제공)


■ 142곳 대상 업무 돌입.. 서울시, 상시 신청 받기로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교육을 마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3일부터 신청가구 142곳을 대상으로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가사서비스를 원하는 가정은 수시로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6일까지 3주간 이뤄진 돌봄·가사서비스 이용가정 모집에 모두 731가정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서비스를 이용할 157가정이 선정됐지만 신청 변경·취소 등으로 최종 142가정이 매칭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가사서비스를 원하는 가정은 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 대리주부·휴브리스 돌봄플러스 앱에서 회원가입 후에 신청하면 됩니다.

지난달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참가자들이 현장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강남 3구 등 신청 몰려.. “특권 논란 번질 수도”


현장의 혼란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들 가사관리사들이 주로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특정 지역’의 ‘특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청 가구의 중 56%가 이 지역에 몰려있어, 이번 시범사업이 소득에 따라 불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실제로도 가사관리사 월급이 238만 원(하루 8시간 근무)으로 책정돼, 상대적으로 이용 가구 역시도 가계 여유가 없이는 신청이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결국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SBS 캡처


■ 업무 범위 ‘모호성’ 여전.. 이용 가정과 갈등 우려도

더구나 가사관리사들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아이 돌봄과 관련해 바닥 물청소는 허용되지만 베란다 청소는 금지되는 등, 가사와 돌봄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각 가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모호성은 가사관리사와 가정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사관리사 업무는 원칙적으로 ‘아이 돌봄’에 한정되지만, ‘부수적인 가사 서비스’도 허용됩니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부수적인 가사 서비스’에 대해 예외적으로 6시간 이상 가사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 어른 옷 세탁과 어른 식기 설거지, 단순 물청소 위주의 욕실 청소 등도 가능한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단 쓰레기 배출이나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할 수 없는 업무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장 적용에선 ‘융통성’을 이유로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5살 어린이의 경우 어른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연령대여서, 당장 아이가 먹는 식사를 만들어 부모에게 줄 수는 없는 상황은 이런 모호성을 극대화할 소지가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가사관리사와 가정 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이는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BS 캡처


■ 한 달 238만 원→ 중위가구 소득 절반 “가계 부담 불가피”

이번 시범사업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지급되는 월 238만 원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국내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 471만 원의 절반 수준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도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 원인데,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238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라며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 인력을 도입해도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임금 구조는 최저임금의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 이슈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엔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보다 총체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 최저임금 두고 이견.. “예외 둬야” vs “차별 안돼”

정치권 내부에서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는 양상입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마련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날 세미나는 나경원, 김선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동 주최했고 전문가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도 자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언급하며 “ILO 협약,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행 전부터 높은 비용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 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 원인데

이같은 현실에 대한 법무부 대처를 지적한 오 시장은 법무부 장관이 전문 인력에 발급하는 E7 비자를 가사관리사들에게도 부여해야, 우리나라 가사관리사들처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법무부는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가사관리사들이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나경원 의원도 똑같은 최저임금 적용으로 접근성에 제한이 생긴다면서 ‘합리적 차별’을 주장하고, “ILO 협약이 합리적 차별까지 금지하는지는 다시 한 번 봐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 출신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저임금 적용 예외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단순히 ILO 가입국이 아닌, 차별금지 협약을 비준한 나라로, 최저임금을 외국인과 차별하는 법안을 만들었을 때 여러 가지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주제를 다룬 나 의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런 입장 차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따른 헌법(평등권)과 국제기준(ILO 제111호 협약),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 고용법) 등에 배치되는 측면을 들어 신중한 접근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용부 측은 6개월간 시범 사업을 하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운영 향방을 정할 것이란 임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영어로 적힌 업무지시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 홍콩 “함께 거주해야”.. 한국 방식과 달라, 체류비 부담↓

앞서 1970년대 경제 성장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한 홍콩의 경우 오 시장의 얘기처럼 월 80만 원 정도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한국과 홍콩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홍콩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고용주가 함께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체류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홍콩에서는 주거비와 생활비가 고용주에 의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임금 부담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체제비 부담이 고스란히 가사관리사 본인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을 배제하고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과연 월 100만 원대 급여로 한국 체류비 감당은 사실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엔 최저임금 예외 적용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이탈을 촉진하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며, 결국 제도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신청가정 10곳 중 8곳 ‘맞벌이’.. ‘재정적 여유’ 관건

최종 서울시에서 가사관리사와 매칭된 142가정은 유형별로 맞벌이 115가정(81%)으로 가장 많고, 임산부 12가정(8.5%), 다자녀 11가정(7.7%), 한부모 4가정(2.8%)으로 나타났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현황 (서울시 제공)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의 평균연령은 33살로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56%)이 다소 많고 이어 대학 졸업(44%) 순입니다. 신청 자격은 서울시 거주 시민으로 12살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은 상시 신청을 받기로 했습니다..

관련해 서울시 측은 “취소한 사례가 많아 한 달이라도 이용하겠다고 신청한다면 매칭될 수 있다”라면서 “일정 기간 긴 시간 서비스를 받으려는 경향이 있는 요양·간병 서비스와 달리 아이 돌봄과 가사 서비스는 비정기·선택적으로 이용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용 계약 때 가능한 업무 범위 안에서 희망 서비스를 정합니다. 계약 이후 업무를 추가하고 싶은 경우 가사관리사에 임의로 직접 지시할 수는 없고 서비스 제공 기관과 협의해 조율 가능합니다.

시범사업을 통해 가정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겐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인 9,860원이 적용됩니다. 서비스 이용 가정은 4대 보험료 등을 감안해 시간당 1만 3,700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하루 4시간 기준 월 119만 원이며, 8시간 전일제 계약 땐 월 238만 원이 됩니다.

다만 이는 국내 중위 소득의 절반 정도여서, 사실상 소득 절반을 떼어주는 셈이라 중·저소득층 가구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불거지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강남 3구 등 비교적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에서 신청이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참가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SBS 캡처)


■ 정부 확대 계획에도 불안 여전.. “정책 실효성 확보해야”

일부 강남권 부모 등이 포함된 포털 카페나 게시판에선 이같은 가사관리사가 영어교육에 실제 도움이 될지에 대한 문답이 이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입국한 가사관리사는 주로 돌봄자격증 소지자, 가사 업무에 특화된 인력은 아니어서 실제 가사나 의사소통 등에 얼마나 실효성을 띨지에 대해선 의견들이 엇갈렸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다거나 의사소통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정부 추진 사업에 검증된 인력에 대한 믿음을 내보이며 추이를 지켜보자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제시됐습니다.

이같은 논란과 이견이 속출하는 중에도,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1,2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역동경제로드맵’엔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에게 가사·돌봄 노동을 허용하도록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오 시장이 주장한 현행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 예외 조항’을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과연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홍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상황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실제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한 2010년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2021년에는 0.77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한국의 현재 출산율(0.72명·2023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만능 열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와 실제 적용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점을 추진 당국이나 이용자 모두 인식해야 한다”라며 “향후 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배분부터 임금 수준의 적정성과 경제적 부담 문제, 업무 범위의 명확화 등 복잡한 문제들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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