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면 거지답게” 임대아파트 공지 논란…일상 파고든 ‘가난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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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임대 아파트 자치회장이 단지 흡연을 삼가라는 공지문에서 '거지면 거지답게 절약하며 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지문은 '집 한 채 없다면 거지'라며 거침 없이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한쪽에선 "틀린 말은 아니다 담배꽁초를 얼마나 버렸길래"라고 동의 의견을 표하는 반면, 많은 누리꾼들은 "가난 혐오가 극에 달했다", "아이들도 사는 아파트에 거지라는 표현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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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채 없이 여기 온 거지면 절약해라”
“거지가 이기적이면 쪽팔린 것” 주장
한 공공임대 아파트 자치회장이 단지 흡연을 삼가라는 공지문에서 ‘거지면 거지답게 절약하며 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지문은 ‘집 한 채 없다면 거지’라며 거침 없이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 LH 공공임대 아파트에 붙은 한 공지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해당 아파트 자치회장은 “솔직히 나는 돈 없고 집도 없는 거지다. 그래서 나라의 도움으로 이곳에 왔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렇다면 나만 거지인가. (나는) 모두를 위해 아파트 관리비를 절약하고자 애쓰고 있다”며 “청소 용역비는 LH에 주냐. 담배를 피우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 바닥에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집 한 채 없이, 이곳에 온 거지라면, 거지답게 절약하고 아끼며 살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거지가 이기적이면 쪽팔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난한데 이기적이기까지 하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이기적이어선 안 된다’는 혐오를 담고 있기도 하다.
논란의 공지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틀린 말은 아니다 담배꽁초를 얼마나 버렸길래”라고 동의 의견을 표하는 반면, 많은 누리꾼들은 “가난 혐오가 극에 달했다”, “아이들도 사는 아파트에 거지라는 표현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아이들이 ‘가난 혐오’를 내면화한 풍경이 여럿 포착돼 왔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점을 들어 ‘○○거지’라고 깎아내리는 유행이 몇 년 째 돌고 있는데, ‘아파트 공화국’ 답게 주거 형태에 대한 비하가 많다.
‘월거지’(월세에 사는 거지),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 ‘빌거지’(빌라에 사는 거지)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엘사’, ‘휴거’ 라는 말도 등장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 이름을 딴 엘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는 사람’을 뜻하고, 휴거(휴먼거지)는 LH의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에 사는 이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학기 중 해외여행이나 체험학습을 못 간 학생은 가난하다는 의미를 담은 ‘개근거지’라는 말을 소개하며 “치열한 경쟁, 한국 특유의 물질주의가 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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