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한동훈 공감 뒤 ‘지구당 부활’ 급물살···찬반 분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감대를 이룬 ‘지구당 부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가 이르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지구당 부활 관련 법안을 합의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현역 의원 기득권 혁파와 풀뿌리 정치 활성화 등 기대와 함께 정치의 고비용화와 양당 체제 고착화 등 정치 퇴행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지구당 부활 내용을 담은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은 3일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행안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이를 포함한 140여개 법안을 법안소위에서 논의하도록 상정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지구당 부활 관련 법안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과 윤 의원은 오는 9일 국회에서 함께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지구당 부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당의 지역조직인 지구당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이른바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폐지됐다. 지금의 당협위원회(지역위원회) 체제로 대체됐다. 당협위원회는 지구당과 달리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상시로 정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원외 지구당 위원장도 현역 의원처럼 정치 후원금을 모집하고 사무실을 열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지구당 부활 여론을 주도한 건 여당과 제1야당 대표들이다. 한 대표는 지난 5월 당대표에 출마하며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며 공약했다. 이 대표도 앞서 2022년 전당대회에서 지구당 부활을 공약했고 한 대표의 주장에 “중요한 과제”라며 호응했다.
원외 대표인 한 대표로선 지구당을 부활시켜 차기 대선을 앞두고 원외 세력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고, 이 대표도 험지 등 전국적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소수정당에서는 지구당 부활이 오히려 양당 정치 구조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한다. 지구당의 정치후원금 모금이 가능해지면 후원금은 소수정당이 아니라 지지세가 큰 거대 양당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뜻을 모은 데 대해 “거대 양당의 이해가 걸려 있는 ‘지구당 부활’을 마치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인양 언급했다”며 비판했다.
또 지구당이 부활하면 과거처럼 운영 비용이 많이 들고 지구당 위원장을 임명하는 중앙당에 지구당이 예속되며 지구당 위원장이 아닌 원외 정치인에게 또다른 진입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장식 혁신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구당이 더는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 만한 제도적 대책이 논의되지 않은 채 부활만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구당 위원장이 아닌 다른 원외 정치인들은 어떻게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5월 개혁신당 연석회의에서 “지구당이 부활하면 지역 토호와 유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비판했다.
지구당 부활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바보짓을 하는 것”이라며 “지구당이 생기면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가져올 의석은 없는데 부산 같은 격전지에서 (지구당 부활로 기반을 다진) 민주당에게 의석을 뺏길 일만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지구당 부활에 회의적인 영남권 현역 의원들이 한 대표에 반기를 들어 당내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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