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LG’에 ‘AI 가전은 삼성’ 맞불…진검승부 ‘말 싸움’으로 갈린다 [IFA 2024]
AI 결합한 혁신기술 출격…연사만 120명 넘어
삼성·LG, 일상 언어 ‘음성제어’ 기술로 혁신 경쟁
최초 라디오·컬러TV 무대서 AI 결합 제품 총집결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가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메세 베를린 전시장에서 막을 올린다. 글로벌 가전업체는 물론 스마트폰·PC·카메라·음향기기·플라잉카 등에 이르기까지 139개국 2200개 이상의 기업·기관들이 총출동해 라이프스타일의 미래를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전 세계적 화두인 만큼 각 기업들은 AI를 결합한 혁신 제품을 앞다퉈 소개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급부상한 에너지 공급난 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 절감을 도울 솔루션들도 이번 IFA의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지난 1924년 라디오 수신기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로 첫 발을 내딛은 IFA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여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최 측은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로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을 내걸었다. 기술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 전반을 혁신하는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지속 가능성 ▷연결성 ▷피트니스 및 디지털 건강 ▷콘텐츠 제작 등 최근 가장 관심이 높은 5개 테마에 걸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5일간 각 분야 120명이 넘는 리더들이 연사로 무대에 올라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인사이트와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참가기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물론 미국,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총출동해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신제품을 최초로 선보이고 최신 기술을 과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IFA 2024에서 AI 기반의 혁신 솔루션들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일상의 언어로 대화하며 집 안의 가전과 기기들을 보다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음성명령 기술을 나란히 선보일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한층 진화한 AI 음성비서 ‘빅스비’를 자사 비스포크 AI 가전에 적용해 더욱 편리해진 일상을 유럽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에어컨 26도로 맞춰주고 오후 5시까지 세탁 끝내줘”처럼 한 번에 여러가지 지시를 해도 가전제품이 각 의도를 알아듣고 수행하는 것이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빅스비의 핵심 기능이다.
LG전자 역시 가전제품과 집안 조명·스피커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을 하나로 연결해 일상 대화로 제어할 수 있는 AI홈 디바이스 ‘LG 씽큐 온(LG ThinQ ON)’을 처음 공개한다. 고객이 “공기청정기 조용하게”라고 일상적인 표현을 써서 말해도 뜻을 이해하고 풍량을 낮춰 동작하는 식이다. 기존 음성인식 스피커는 질문에 단답형 수준의 답과 정해진 명령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LG 씽큐 온은 친구와 대화하듯 문맥을 이해하며 연속 대화를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것이 강점이다.
양사는 에너지 효율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만을 겨냥한 ‘유럽형’ 제품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가능한 비스포크 AI 콤보를 세탁 용량 18㎏, 건조 용량 11㎏으로 선보인다. 앞서 국내에 출시한 제품(세탁 25㎏, 건조 15㎏)보다 용량을 낮춰 에너지 절감에 관심이 높은 유럽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유럽의 최고 에너지등급 기준보다 효율을 높인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고효율 가전 신제품을 전시한다. LG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 신제품의 경우 유럽의 가장 높은 에너지 효율 등급인 A보다 효율을 각각 55%, 26% 더 높였다. 냉장고 신제품은 최고 에너지 등급인 A보다 25% 정도 효율이 높다.
IFA는 매년 전 세계에 최신 혁신기술을 선보이며 미국 CES, 스페인 MWC와 더불어 세계 3대 IT 박람회로 자리잡았다.
1937년 최초의 컬러 TV를 선보인 데 이어 1971년 최초의 비디오 레코더를, 1985년에는 최초의 텔레비전용 위성 수신기와 함께 고화질 텔레비전 HDTV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1930년에는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개막 연설을 하기도 했다.
IFA는 1990년대 중반부터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넘어 디지털 카메라 및 캠코더, DVD 플레이어, 휴대폰 등 미래 디지털 기기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7년에는 일본 비디오 게임 제조기업 닌텐도가 최초로 IFA에서 새로운 게임 콘솔인 N64를 선보였다.
2008년부터는 전시장 규모를 대폭 키우고 가전제품을 처음으로 전시 대상에 포함했다. 2015년에는 피트니스 및 디지털 헬스가 새로운 영역으로 추가됐으며 2017년 스타트업들을 위한 무대인 ‘IFA Next’가 출범했다.
IFA 측은 올해 한국이 ‘IFA Next’의 혁신 파트너 국가로 선정된 점을 자사 SNS 채널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국은 IFA 넥스트에서 한국관을 자체 운영하며 AI, 디지털 헬스,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의 분야에서 유망한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20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IFA 2024에 참가하는 중국 기업은 1279개사에 달한다. 행사가 열리는 본국 독일의 226개사보다 무려 6배나 많다. 한국 기업은 174개사다. 중국 가전기업들은 유럽 한복판에서 자사 제품을 내놓고 기술 경연을 펼치며 달라진 위용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막 전날인 5일에는 국내에서도 중국산 TV 브랜드로 유명한 TCL이 프레스 콘퍼런스를 갖고 뒤이어 로봇청소기 회사 로보락이 키노트 행사를 연다. 중국의 가전 브랜드 하이얼도 5일 프레스 콘퍼런스를 갖고 7일에는 닐 턴스톨 하이얼 유럽법인 CEO가 나와 ‘IoT&지속가능성–지속가능성과 스마트홈 동맹’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6일에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의 조지 자오 CEO가 직접 등장해 ‘AI와 ARM 융합 : 미래 PC 모습’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아너는 이번 전시회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도 공개한다.
창립 125주년을 맞은 독일 가전기업 밀레 역시 세탁기와 건조기를 비롯해 유선청소기 신제품을 선보인다. 아울러 부스에 직접 셰프를 초청해 자사 가전으로 요리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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