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상상나라’ 쫓겨날 판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소송서 패소한 환경조형박물관 대표 숨진 채 발견”
(시사저널=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야생화단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청사 앞 녹지공간엔 버려진 폐기물로 만든 예술작품 조형물 70점이 설치돼 있다. '고물'로 '보물'을 만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 환경설치미술가 이환 작가의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2013년 6월~9월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에 있던 작품 62점과 여수 에너지파크에 전시돼 있던 작품 8점이 이전·설치된 것이다. 시가로 따지면 37억8000만원을 웃돈다는 게 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 작가는 이들 작품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기증했다. 이 작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환경체험프로그램 운영과 환경조형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작품 70점을 수도권매립지에 이전·설치하고 기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은 '환경조형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꾼 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환경체험프로그램 운영 및 드림파크 환경조형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한 환경조형작품 이전·설치 등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환경조형박물관은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환경조형박물관을 상대로 환경체험교육관 부지 등에 대한 명도 소송을 냈고, 환경조형박물관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드림파크문화재단 '패싱'…대통령 공약 이행실적 챙기기"
3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을 수도권매립지로 이전시키려고 한 것은 '드림파크문화재단'이다. 드림파크문화재단은 2013년에 환경문화콘텐츠사업을 기획했다.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을 수도권매립지로 이전시키는 게 핵심이다.
드림파크문화재단은 2013년 3월26일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의 이전·설립 및 유아환경교육관 운영에 상호 협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제로 이들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어린이환경문화교육관 수행기관 공모에 참여했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끼어들었다.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을 수도권매립지에 이전·설치하는 것은 2014 아시안게임에 문화콘텐츠를 지원하면서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환경재생조형박물관 이전·설치를 위한 예산(8억5000만원)도 배정받았다. 환경재생조형박물관 이전·설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런 내용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공원관리실이 작성한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내 환경재생조형작품 등 이전·설치 위탁 계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 등의 조형물을 수도권매립지로 이전·설치해 2014 아시안게임 지원을 위한 환경문화콘텐츠로 활용하고, 수도권매립지 환경체험교육장소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13년 5월31일 환경조형박물관과 '환경체험프로그램 운영 및 드림파크 환경조형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한 환경조형작품 이전·설치 등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기간은 10년으로 정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조형물의 이전·설치와 대상 부지조성, 편의시설 설치와 조경, 드림파크 환경조형박물관 건립 추진 및 운영관리를 맡았다. 환경조형박물관은 조형물의 기중 및 이전·설치 실무와 조형물의 전시·연출·유지보수·관리업무, 환경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 공사로부터 수탁한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당시 드림파크문화재단에서 근무했던 A전문위원은 "조경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드림파크문화재단이 2013년에 환경문화콘텐츠 사업을 기획했다"며 "당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양평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을 수도권매립지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예산이 배정되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대통령 공약 이행실적을 챙기기 위해 환경조형박물관과 직접 협약을 체결하는 등 드림파크문화재단이 추진하던 사업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환경부의 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지침' 은폐 의혹
이 협약은 체결한 지 5개월이 지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환경조형박물관은 2013년 12월16일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 1억50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독촉했다. 환경조형박물관은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6억원씩 총 12억원의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15년 7월24일 환경조형박물관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자체 수익으로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충당하라"고 전달했다. 이어 "환경조형박물관이 2013년 12월에 환경문화교육관 설치 및 운영을 위해 추가로 요청한 2014~2015년 예산(12억원)은 인정할 수 없어 2014년 3월에 초기 운영예산 1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이후부터는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13년 4월18일 환경부로부터 환경재생조형박물관 조형물 이전·설치비용 7억원과 3개월 치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 1억5000만원 등 8억5000만원을 배정받았다. 당시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신청한 9억2500만원 중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에서 7500만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항목은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인건비와 시설물 보완·유지관리비다.
당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환경부로부터 "2014년부터 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자체(박물관) 수익사업을 통해 충당하라"는 지침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부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환경조형박물관에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환경부가 2013년 4월18일에 지시한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지침은 그 당시 환경조형박물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환경부는 조형물 이전 및 초년도 운영비 1억5000만원을 배정하고 위탁사업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통보했다"며 "환경조형박물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협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주장은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2014년 1월7일 환경조형박물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예산부족으로 지원이 어려워 향후 원활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예산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니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환경조형박물관 관계자는 "2014년 3월12일 드림파크문화재단으로부터 어린이 환경문화교육관 운영비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로부터 초년도 운영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2018년 12월4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충당하라는 환경부의 지침을 알게 됐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속적으로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예술작품 조형물을 이전·설치하거나 기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조형박물관 대표, 약정금 청구 소송서 패소 후 숨진 채 발견
환경조형박물관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밀려있는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지급해 달라"는 내용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2020년 6월19일 환경조형박물관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때부터 환경조형박물관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20년 12월24일 환경조형박물관을 상대로 명도 소송을 냈다. 환경조형박물관이 점유하고 있는 환경체험교육관 건물과 부지, 협약 체결 이후에 추가로 제작된 환경조형물이 설치된 부지를 원상태로 되돌려서 내놓으라는 것이다.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또 2022년 1월14일 환경조형박물관을 상대로 "수도권매립지의 옛 건설현장사무실로 사용하던 가건물 4동을 환경체험교육관 등으로 운영하면서 부적절하게 사용한 전기요금 1억4106만7717원을 물어내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환경조형박물관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은 2021년 5월27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 패소했다. 협약서에 명시된 '운영은 조형물 등을 관람객 및 일반인에게 전시·안내·교육·홍보·유지보수·수선·관리·재배치·인력운영 등 일련의 행위를 말하고, 조형물은 박물관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기증하기로 합의한 대상물'이라는 조항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환경조형박물관의 설명이다.
법원은 "이 협약의 목적은 환경체험프로그램 운영과 드림파크 환경조형박물관 건립 추진이고, 이 목적 때문에 예술작품 조형물 70점을 기증한 것"이라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환경교육프로그램이나 환경체험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면, 아예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환경조형박물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21년 11월21일 오후 7시30분쯤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에 있는 환경체험교육관 숙직실에서 당시 39살이던 환경조형박물관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 작가의 아들이기도 하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부패변화가 동반됐기 때문이라는 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작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외롭고 힘든 투쟁을 하다가 숨진 것"이라며 "가면으로 가린 저질 호의와 정교하게 비틀어 놓은 글자로 예술가의 열정을 짓밟고 청년의 삶을 앗아간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조형박물관은 2022년 3월16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2억100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선 패소했다. 환경조형박물관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속적으로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37억8094만8000원 상당의 예술작품 조형물을 기증받은 후 '토사구팽'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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