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신축비 250억원 늘었는데 꼼수로 사업 심사 피한 지자체… 감사원 ‘주의’

김경필 기자 2024. 9. 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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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4일 전남 곡성군청 주차장에서 신청사 건립 공사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전라남도·뉴스1

전남 곡성군이 618억원을 들여 군청사 신축 사업을 추진하다가 절차 위반으로 감사원 주의를 받았다. 곡성군은 군청사 신축에 367억원을 들이겠다고 전남도에 알리고 투자 심사를 통과해놓고, 사업비가 이로부터 251억원 늘어났는데도 투자 재심사와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무단으로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곡성군 청사 신축 부당한 설계 변경 및 과다 예산 증액 의혹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곡성군은 2020년 3월 367억원을 들여 청사를 새로 짓겠다며 전남도로부터 투자 심사를 받았다. 당시 전남도에 제출한 계획은 청사를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1만2383㎡(약 3752평) 규모로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곡성군은 설계 과정에서 청사 연면적을 1만3240㎡(약 4012평)으로 늘렸고, 총사업비도 428억원으로 61억원 늘었다. 곡성군은 이 금액으로 A사에 공사를 맡긴다는 내용의 계약을 2022년 8월 체결했다.

곡성군은 두 달 뒤 사업 계획을 다시 바꿔, 청사에 지하 주차장과 주민 편의 시설 등을 더 넣기로 했다. 청사는 지하 2층, 지상 5층에 연면적 1만9735㎡(약 5980평)짜리가 됐고, 총사업비도 522억원으로 94억원 더 늘었다. 이듬해 5월 A사와 계약을 변경했을 때는 공사 단가 상승 등으로 총사업비가 96억원 또 늘어 618억원이 됐다.

지방재정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투자 심사를 이미 받은 사업이라도 총사업비가 애초 계획보다 30% 넘게 늘어나면 투자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곡성군 청사 신축 사업은 총사업비가 367억원에서 618억원으로 68.4%나 늘었으므로 전남도의 투자 심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또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었으므로 투자 재심사와 별도로 전문 기관으로부터 (예비) 타당성 조사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곡성군은 2022년 10월 청사 신축 사업 계획을 바꾸면서, “사업 계획 변경에 따른 설게 변경까지 완료돼 총사업비가 확정되는 시점에 투자 재심사 여부와 타당성 조사 여부를 정하면 된다”며, 투자 재심사와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은 채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감사원이 확인해보니, 투자 재심사와 타당성 조사를 미룰 수 있다는 곡성군의 ‘자체 판단’에는 아무 법적 근거가 없었다.

곡성군은 2023년 5월 새로운 설계를 반영해 A사와의 공사 계약을 618억원짜리로 변경했다. 이때는 이미 공사비의 11.16%가 집행돼 있었다. 그러자 곡성군은 이번엔 ‘공사비의 10% 이상이 이미 집행된 경우엔 투자 재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투자 재심사를 받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곡성군이 정상적으로 투자 재심사를 받았다면, 곡성군이 청사 신축 사업에 재정을 과도하게 쓰는 것으로 판단돼 사업비가 대폭 축소됐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타당성 조사에서 곡성군의 사업이 618억원을 들이는 것에 비해 효과가 크게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청사 신축 사업이 아예 중단됐을 수도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지방 예산의 계획적·효율적 운영과 무분별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 심사를 거치도록 한 재정 투자 심사 제도의 취지에 반(反)하여 곡성군이 투자 재심사를 받지 않아, 타당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채 청사 건립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A사가 공사비를 중복 계상하거나 단가를 적정 금액보다 높게 잡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비를 20억원 넘게 부풀린 사실도 확인했다. 그런데도 곡성군은 A사가 올려달라고 한 공사비가 적절한지를 검토하지 않고 2023년 5월 설계 변경을 승인해줬는데, ‘공사비 항목을 따지면 공사 기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감사원은 곡성군에 주의를 주는 한편, 곡성군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하고, A사에 주는 공사비는 20억원을 감액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다만 담당 공무원들이 고의적으로 예산을 낭비하거나 A사에 특혜를 주려 한 정황은 없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징계는 요구하지 않았다. 사업 변경 당시 곡성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최근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을 받아 군수직을 상실해, 감사원으로부터 별도의 주의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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