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1억 받아도 세금이 절반···연구자 '경제적 성공' 이끌어야 기술강국 [제7회 지식재산의 날]
직무발명 의욕 꺾는 과세 손질하고
정부차원서 선진화된 IP전략 마련
저작권 보호 강화로 K콘텐츠 육성
창의성 기반 국가성장 신모델 절실
특허·상표·저작권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지식재산(IP) 보호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지식재산(IP) 확보·보호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 지식재산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무형자산 가치평가 기업인 오션토모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시장가치 중 무형자산 비중이 1985년 32%에서 2020년 90%까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들은 IP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늘리고 신산업분야 국제표준특허 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등 IP 거버넌스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과 같은 첨단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또한 주력 산업 보호를 위해 선진화한 IP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기술 개발만으로도 부를 이룰 수 있는 연구자의 연구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K-콘텐츠 등 한국만이 가진 IP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IP 분야 컨트롤타워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직무발명보상금 세액공제의 획기적 개편을 위한 제도 개선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자의 인센티브를 강화해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가장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로 유입되고 R&D 의욕 또한 고취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직무발명보상금은 기업 또는 기관의 직원·연구자가 직무와 관련한 발명을 했을 때 특허권을 회사가 승계받는 대신 당사자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직무발명은 국내 등록 특허 중 8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특히 고액보상 직무발명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신시장 및 고용 창출 효과 등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표준특허를 적극 활용해 매년 수백억 원대의 특허기술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 퀄컴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공동 개발해 3000억 원 이상의 기술료 수입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문제는 과도한 세금 부과로 이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 사례가 새롭게 등장할 기회를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2016년 12월부터 소득세법 개정으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연봉과 합산과세해 최대 4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당첨금 3억 원을 초과할 경우 33%를 원천징수하는 로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1억 원인 직원이 직무발명보상금으로 1억 원을 받았다면 합산 소득 2억 원에 대한 근로소득세가 적용돼 5162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같은 직원이 100억 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받았다면 절반에 가까운 43억 8000만 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직무발명보상금은 연구자가 R&D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도 생애 동안 한 번 받기조차 어려운 성과다.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에 매진해서 인정받은 결과물에 대해 절반 가까이 세금을 부과한다면 연구자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의욕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재위는 과기정통부 및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연구자의 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각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후속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지재위 관계자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의대 진학에 몰입하는 입시 풍토를 바로잡고 의사가 아니라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는 연구자도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공계 인재의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고 이공계 진학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재위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콘텐츠를 적극 육성하고 창작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인 1억 8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22억 1000만 달러 흑자를 낸 저작권 무역수지는 K-콘텐츠의 지속적인 수출에 힘입어 2013년 이후 11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재위는 해외 시장에서 주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K-콘텐츠의 IP를 확실히 보호하고 그 결과가 저작권 무역수지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관련 정책을 개발·시행하고 있다. ‘제3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 중 ‘신한류 확산을 선도하는 K-콘텐츠 육성’을 전략으로 삼고 콘텐츠 창작 활성화를 위한 저작물 이용 환경 개선, 1인 창작자 육성을 위한 지원 확대,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의 추진과제를 실행 중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통해 창작자 보호 강화,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 확대 등 다방면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광형 지재위 민간위원장은 “창조적 지식 기반의 다양한 인생 성공 경로 비전을 제시하고 창의성에 기반한 담대한 도전을 통해 역동적 국가 경제 성장의 신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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