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계약담당인데요" 한국농어촌공사 사칭 상조·보험영업 기승

황영민 2024. 9.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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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농어촌공사 계약 담당인데요. 최근 저희 공사랑 수의계약 맺으신 ○○○ 회사 맞으시죠?" 지난해 8월 경기도에서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A씨의 회사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A씨는 "우리 회사에만 이런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가 계속 오는 줄 알았는데 평소 알고 지낸 농어촌공사와 거래하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고 한다"며 "조달청 나라장터에 수의계약 관련 자료가 공개되는데 아무래도 그걸 보고 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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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와 수의계약시점에 맞춰 관계자 사칭 전화
"임원평가 반영 위해 은행상품 설명 들어달라" 요구
요구 응하면 상조 또는 보험상품 판매원 방문
향후 계약 악영향 우려 울며겨자먹기로 상품 가입
농어촌공사 "업체 대상 상품가입 권장 있을 수 없는 일"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농어촌공사 계약 담당인데요. 최근 저희 공사랑 수의계약 맺으신 ○○○ 회사 맞으시죠?” 지난해 8월 경기도에서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A씨의 회사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자신을 농어촌공사 계약담당자라고 소개한 신원불상의 인물은 공사가 거래하는 은행 한도 증액을 위해 해당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 교육 실적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한국농어촌공사를 사칭한 상조·보험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수법은 농어촌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은 회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A씨 회사 직원들이 한국농어촌공사 계약담당자를 사칭한 인물에 의해 가입하게 된 상조 상품 계약서.(사진=황영민 기자)
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전화가 걸려 온 날은 A씨 회사가 농어촌공사와 경기도내 공사 관련 수의계약을 맺은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A씨는 해당 요구를 받아들였고,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며칠 뒤 회사로 한 사람이 찾아왔다. 농어촌공사와 거래하는 은행에서 나온 줄 알았던 사람이 내보인 자료는 상조 상품 가입설명서. 행여나 향후에도 이어질 계약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던 A씨 회사 직원 6명은 자발적으로 상조 상품에 가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 회사가 농어촌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때마다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 왔다. 매번 전화를 건 사람은 달랐지만, 내용은 전과 같았다. 반복되는 상황에 의구심을 가진 A씨는 최근 통화를 녹음했다.

A씨로부터 받은 통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농어촌공사 계약담당 이영주 과장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거래하는 ◇◇은행에서 한 분이 (A씨 회사로) 나가셔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저축 관련 상품을 홍보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은행이랑 제휴를 맺었는데, 자금소요 관한 문제로 (농어촌공사) 임원들이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협조해 주시면 업장 협조보고서가 저희한테도 전달돼 임원평가 점수에 반영되니 잠시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은행 관계자가 찾아오기로 한 지난달 30일 A씨 회사를 찾았다. 약속 시간인 오후 2시 30분께 사무실로 들어온 인물은 ◇◇은행 관계자가 아닌 서울 소재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그가 꺼낸 홍보물은 ◇◇은행과는 관계없는 다른 보험회사의 비과세 종신보험상품이었다. 보험설계사에게 누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오게 됐는지 수차례 물었으나, 본인은 신입직원이라 잘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해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A씨 사무실로 찾아온 보험설계사가 꺼내든 비과세 종신보험 상품설명서.(사진=황영민 기자)
A씨는 “우리 회사에만 이런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가 계속 오는 줄 알았는데 평소 알고 지낸 농어촌공사와 거래하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고 한다”며 “조달청 나라장터에 수의계약 관련 자료가 공개되는데 아무래도 그걸 보고 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직원들이 가입한 상조 상품은 내가 직접 전화해서 다 해약했다”며 “직원들이 피해 본 금액과 반복된 농어촌공사 사칭 영업행위에 대해 업무방해로 고소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어촌공사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수의계약 회사를 대상으로 한 상조나 보험상품 가입 권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영주 과장이라는 사람이 계약부서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해당 부서에는 이씨도 없다”며 “지금까지 피해를 봤다고 직접 연락받은 것은 없지만, 향후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지를 협력사들에 전달하는 방안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황영민 (hym8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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