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 때리는 지하철 안내방송…시민들은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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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는 "피곤함과 짜증을 넘어 신경질에 가까운 안내방송을 듣다 보면 마음이 다 우울해진다"며 "녹음된 기계음을 내보내는 배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열차 내 안내방송 음량이 크다'는 민원은 2022년 6923건에서 2023년 1만5286건으로 2.2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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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7000건 육박
"객차내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방송이 훨씬 더 거슬려"
기관사의 '감성 멘트' 방송도
일각선 "훈수 듣고 싶지 않아"
#매일 아침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4호선으로 환승하는 직장인 A씨는 기관사 안내방송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잦다. 사람들이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열차 문 닫습니다. 다음 열차 이용하세요" 같은 방송을 귀청이 떨어질 듯 큰 음량으로, 그것도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걸 들으면 아침부터 기분이 확 상한다.
#"이 열차는 성수역, 성수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지하철 2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B씨는 열차에서 이 안내방송이 나오면 바로 하차해버린다. 성수역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역에 정차할 때마다 고성으로 내지르는 방송을 듣기가 괴롭기 때문이다.
A씨와 B씨는 "피곤함과 짜증을 넘어 신경질에 가까운 안내방송을 듣다 보면 마음이 다 우울해진다"며 "녹음된 기계음을 내보내는 배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열차 내 안내방송 음량이 크다'는 민원은 2022년 6923건에서 2023년 1만5286건으로 2.2배가 됐다. 올 들어 7월까지는 안내방송 음량 관련 민원이 6981건 들어왔다. 올해 같은 기간 차량 소음 관련 민원(918건)의 7배를 넘는다.
객차 내 안내방송 음량 기준은 지하철 노선마다 다르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출입문이 닫히고 다음 역에서 출입문이 열릴 때까지 소음의 평균치인 '등가소음'을 기준으로 안내방송 음량을 조절한다.
등가소음이 가장 높은 7호선은 이보다 10~15㏈ 낮게 설정한 64.8㏈ 정도로 안내방송 음량을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소음이 작은 2호선은 음량을 62.6㏈로 다소 낮추는 식이다. 문제는 매년 비슷한 수의 민원이 들어오는데도 소음 관련 불편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1년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 냉난방, 열차 내 질서 저해 등 지하철 이용 시 나타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으나 안내방송 관련 민원은 다른 민원 감소폭(2500~1만5800건)에 비해 적은 17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에도 '열차 내 음성광고 음량 크기 불만'이 올라와 있다. 공사 측은 "전동차 내 음성광고 방송은 다음 역 안내방송이 송출된 이후 7초가량의 광고 문구를 추가 송출하는 방식"이라며 "음성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역사 안내방송 소리와 같거나 작은 크기로 녹음하지만 전동차 운행 환경에 따라 간혹 일부 역에서 소리가 크게 들리는 일이 발생한다"고 답변했다.
일부 시민은 안내방송의 내용과 빈도에 불편을 느끼기도 했다. 지하철 2호선을 주로 이용하는 최 모씨(31)는 "코로나19 이후 요즘 지하철에서 떠들거나 대화하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지 않으냐"며 "굳이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방송을 틀어서 소음을 가중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0대 오 모씨는 "출퇴근하면서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꼭 필요한 정보도 아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좋은 말씀' 같은 방송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고객에게서 100건 이상 칭찬을 받은 승무원만 가입할 수 있는 '센추리클럽'이 있는데, 이들의 '감성 방송' 문안 등이 공유돼 전체 노선에서 감성 방송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승객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로 시작해 대개 인생 훈수로 이어지는 '기관사님 한 말씀'이 불편하다는 승객이 꽤 있다.
한 승객은 "지하철은 안전하고 조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쓸데없는 평가로 기관사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되고 고단한 승객을 불편하게 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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