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뇌'로 공정 최적화···"로봇 대체해 생산성 20% 높여"

허진 기자 2024. 9.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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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대탈출 코리아 엑소더스가 온다]
3부. 총성 울린 AI 혁명 - <4·끝> '등대공장' 창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냉장고 제조 라인엔
작업자 대신 로봇들 동선 표시
용접·문부착 등 힘든 일 자동화
최대 58종 모델 동시 생산 가능
디지털시스템, 오븐 등으로 확장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부착하고 있다. 냉장고 문 무게가 20㎏에 이르는 만큼 해당 공정은 자동화 이전 작업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공정 중 하나였다. 사진 제공=LG전자
[서울경제]

3일 경남 창원시 LG전자(066570) 스마트파크1 통합생산동에 위치한 냉장고 제조 라인. 모니터링 화면에는 이미 실시간 생산량이 목표 생산량을 웃돌고 있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막상 일하는 작업자를 마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라인 바닥에는 작업자 동선 대신 로봇들의 동선 안내와 충돌 주의 표시만 보였다. 라인 내 곳곳에 적재된 자재함과 설비 사이로 분주히 물건을 나르고 있는 물류로봇(AGV) 여러 대를 지나치고 나서야 비로소 듬성듬성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날 방문한 LG 스마트파크1 통합생산동은 국내 가전 업계에서는 최초로 등대 공장에 선정됐다. 등대 공장이란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전환 수준을 판단해 매년 두 차례씩 등대 공장을 선발하고 있다.

인구 감소, 청년 세대 기피 등으로 인력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제조 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통해 활로를 마련하고 있다. 흔히 제조업 현장 하면 떠오르는 위험하고 힘든 공정을 첨단기술로 대체하고 공장의 모든 영역을 최적화해 인력 유출 추세 속에서도 지속적인 생산 혁신과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문한 현장 냉장고 라인 역시 수년 전 대비 상시 근무 인력이 줄었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졌다. 회사 측은 “생산성이 20% 향상됐으며 에너지효율도 30%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체 생산라인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가능했다. 생산 설비 곳곳에 붙어 있는 센서와 카메라, 이 장치들이 만드는 데이터, 그리고 이 데이터로 만들어진 운영 알고리즘 등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라인 전체를 최적화한다.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연결된 각종 센서와 카메라가 수집한 데이터들은 디지털 트윈 기술로 통합돼 민첩한 현장 대응이 가능해졌다. 현장 작업자들은 라인 곳곳에 어떤 이상 상황이 발생했는지, 어떤 과정에 어떤 부품이 더 필요한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뒷받침하기 위해 냉장고 라인에서만 하루 500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육체 근로가 불가피한 제조 업계에 인력 부족은 곧 생존의 문제다. 청년 유입이 줄면서 지난해에는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근로자가 20대 이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냉장고 라인에서 작업자들이 기피하는 냉장고 문 부착 공정,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공정 등이 라인에서 가장 먼저 자동화된 이유다. 현장에서 본 용접 로봇은 카메라로 위치를, 센서로 온도를 인식하며 균일하게 용접을 수행했다. 딥러닝을 통해 다양한 제품의 용접 케이스를 훈련시킨 덕이다. 용접 공정을 마친 제품은 옆 라인에 배치된 또 다른 로봇 앞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로봇 팔은 용접이 잘돼 냉매가 누설되지 않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20㎏에 달하는 냉장고 문짝을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공정 역시 힘센 남성 작업자들도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기피 공정이었지만 3차원(D) 비전 인식 기술을 갖춘 로봇 팔이 다양한 모델의 문을 정밀하게 결합했다. 김민주 LG전자 H&A스마트파크전시운영파트 사원은 “로봇이 어렵고 반복적인 작업을 맡게 되면서 작업자는 생산라인이나 로봇 작동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해 품질과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작업자도 근로 만족도가 높아졌고 시간당 제품 생산 대수도 2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는 다양한 모델의 냉장고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일반적인 공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여러 모델이 동시에 몰려오면 작업자들의 혼란을 유발하며 그만큼 생산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파크1 냉장고 라인에서는 다종 생산 체제가 무리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인간 작업자의 개입이 최소화된 데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컨베이어 벨트 위의 모든 제품 현황이 기록돼 작업자들의 혼란이 크게 줄었다. 해당 라인에서는 최대 58종의 냉장고 모델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유연한 생산 체계 덕에 제품 주문 현황이나 생산 모델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설비 면적도 줄었다.

LG전자는 스마트파크1의 디지털 시스템을 다른 라인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2025년까지 추가로 냉장고 생산라인 1개과 오븐·식기세척기 라인에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 거점까지 지능형 자율 공장을 확대시켜나간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도 인력 유출은 최대 고민거리”라며 “제조업의 경쟁력에서 생산은 중요한 한 축이다.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한 생산 혁신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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