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차곡차곡 명분 쌓아 '3자 추천 특검법' 발의…한동훈 "바뀐 게 없다"

한병찬 기자 2024. 9. 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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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5당 공동 '4번째 해병대원 특검법'…야당 비토권 명시 '뇌관'
한동훈·거부권 흔들고 여권 분열 포석…여 '무늬만 제3자' 일축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야5당이 공동발의한 순직해병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9.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을 가미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야당이 비토권을 갖고 있어 대법원장 추천의 의미가 퇴색돼 여당과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4번째 해병대원 특검법을 제출했다.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대법원장) 추천 방식을 특검법에 담은 것이 핵심이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당대표가 되면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제3자 추천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 후보로 진행할 경우 공정성이 훼손된다며 대법원장 추천안을 제시했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제안을 일부 수용해 '민주당표'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을 제출했다. 제출된 법안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명단(4명)을 국회의장을 통해 야당에 전달하면, 야당이 최종 후보군(2명)을 압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최종 후보를 각 1명씩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회의장은 야당으로부터 최종 명단을 제출받아 대통령에 송부하도록 했다.

야당의 비토권(재추천요구권)도 명시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최초 특별검사 추천권을 가진 조희대 대법원장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이번 특검 법안에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의장을 통해 야당이 후보 재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제보공작을 넣으려면 국민의힘이 발의하면 된다"며 "이미 있는 법에서 인지된 사건을 수사하게 돼 있기 때문에 범죄라고 생각하면 특검법에서 인지해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에 손뼉치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야권이 4번째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서게 됐다. 제3자 추천안을 전격 수용하며 양보하는 모양새도 갖췄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강력 반발하는 점까지 겨냥한 '여권 분열' 노림수도 담았다.

앞서 민주당은 한 대표에게 특검법 발의 시한을 제시한데 이어 여야 대표회담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등 차곡차곡 명분을 쌓아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일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결단하셔야 한다"며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용산과 당내 반발에 부딪혀 친한계(친한동훈계) 인사들마저 특검법 발의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해병대원 특검법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한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당내 입지가 굉장히 취약하지 않나. 법안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10명의 발의자를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본다"며 "거부권을 행사해서 재의결하게 된다면 비공개 투표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제3자 추천을 받은 것 자체가 상당 부분 한 대표가 얘기한 부분을 적극 수용한 것"이라며 "특검법을 9월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을 넘겨받은 한 대표는 당내 의견을 폭넓게 들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강조해온 '선 수사 후 특검'과 배치되는 안이어서 당내 의견수렴 후 최종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 개인적 소신과 별개로 당내 반발이 워낙 거세 야당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친한계 일부는 물론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공개적으로 특검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 대표가 요구했던 '제보 공작' 의혹이 야5당 발의안에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권도 최소한의 반대 명분은 확보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의견수렴 등을 거치며 한 대표도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북 구미 현장방문 일정 중 야당의 특검안 발의 소식을 접한 한 대표는 "내용은 봤지만 바뀐 게 없었다"며 "제 입장은 (기존과) 같다"고만 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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