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일극화' 심화···강남 인구, 강서구 제치고 첫 2위 올랐다
이달 55만8312명으로 증가 꾸준
일자리·인프라 몰리며 쏠림 심화
파격적 지원금에 출생아 8% 증가
강동구도 1300명 늘며 은평 제쳐
강북·서남권은 주민 유출로 시름
서울 강남구 인구가 처음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2위로 뛰어올랐다.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대거 빠져나가고 대한민국 인구가 4년 연속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강남구는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일자리와 상업시설·문화시설·교통 등 각종 기반시설이 강남에 집중된 데다 재정 격차도 벌어지면서 강남 집중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강남구 인구는 올해 7월 55만 7151명에서 8월 55만 8312명으로 늘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송파구(65만 1746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강남구 인구는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아홉 달 만에 1만 7182명 증가했다.
강남구 인구가 2위를 기록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2년 통계 공개 이후 처음이다. 1992년 강남구 인구는 22개 자치구 중 7위였다. 자치구 분구로 25개 자치구 체제로 재편된 1995년에는 4위였다.
2014년 11월부터 2위를 놓치지 않았던 강서구는 10년 만에 3위로 내려앉았다. 강서구 인구는 한 달 새 55만 8637명에서 55만 7998명으로 줄었다. 한때 60만 명을 넘겼던 강서구 인구는 2018년 3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구 인구 유입은 서울시 전체 인구 감소세를 고려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서울시 인구는 2010년(1031만 2545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인구가 빠져나가며 지난달 935만 5801명이 됐다.
강남권 4구로 꼽히는 강동구 인구도 한 달 새 1300명가량 늘어 은평구를 제치고 6위가 됐다. 강동구는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이후 강남 접근성이 부각되면서 2023년 11월부터 매달 인구가 늘었다. 지난달 인구 증가세를 보인 자치구는 강남구·강동구·서초구 등 강남 인접 자치구들과 중심부에 위치한 중구뿐이었다.
강남구 인구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서울시의 자치구 인구 추계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의 2024년 예상 인구는 50만 6190명이었으나 실제로는 5만 2000명가량 많은 55만 8300명대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 추계와 실제 인구수 차이도 8만 4000여 명이나 발생했다.
강남의 상업·주거·교육·교통·문화 중심 기능이 강해지면서 강남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서울시 사업체 현황에 따르면 등록 사업체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다. 사업체 118만 25개 중 9.1%인 10만 7804개가 강남구 소재다. 일자리가 많으니 직주근접 수요도 꾸준하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이 있는 강남구는 학생 1만 명당 사설 학원 수에서도 419.2개로 1위다. 또 다른 사교육 중심지 목동이 있는 양천구(205.6개)와 비교해도 2배 이상이다.
강남구의 막강한 출산지원금도 인구를 빨아들이는 배경이다. 강남구는 기존 첫째 자녀 30만 원, 둘째 자녀 100만 원이던 출산양육지원금을 지난해부터 모두 200만 원으로 증액했다. 강남에서 첫째 아이를 낳으면 소득 기준과 무관하게 서울시·강남구의 현금 및 바우처 지원으로 첫 달에 최대 7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올해 강남구 출생아 수는 17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9명)보다 146명 늘었다. 요즘 같은 저출생 시대에 출생아가 8% 넘게 증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추세대로면 서울에서 유일하게 출생아 증가(13.5%)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출산양육지원금을 200만 원씩 지급한 것이 출생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강남 선호에 강남구 전입 욕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부동산R114 집계 결과 전날 기준 올해 강남구의 아파트 1~2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402.97대1를 기록했다. 청약을 진행한 10개 자치구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서울시 전체(126.98대1)의 3배 이상이고 최하위인 구로구(3.25대1)와 비교하면 100배가 넘는다.
반면 강북권과 서남권에서는 인구 유출로 시름하고 있다. 노원·도봉·강북·중랑 등 동북권 4개 구의 주민 수는 한 달 새 1707명 줄었다. 강서·영등포·구로·금천 등 서남권 4개 구에서도 1409명이 감소했다. 대부분 광명·구리·남양주 등 경기도 신도시로 빠져나간 사람들이다.
‘강남 일극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남 쏠림이 지역 불균형, 사교육 심화, 집값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적받는 만큼 해결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한국정치학회 주관 특별 대담에서 강남 중심의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진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강남·북 간 재정 격차 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재정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에 사람이 몰리고 강남 부동산이 치솟는 반면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서남과 강북권에서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소외된다”며 “관공서 이전 등 도시 기능을 조정하고 지역마다 특색을 부여해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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