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출산도 싫어" 한·일·중 2030 왜 이럴까…한 목소리로 꼽힌 원인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청년들 모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지가 급속하게 사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과 가족에 대한 경험이 적은 2030세대(20~30대)가 가족 형성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입시와 취직 경쟁 속에 내몰리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머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단순 출산장려 정책 등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젠더의식이나 사회규범 변화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은 3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이같은 내용의 발표와 논의로 구성된 '제1차 한·일·중 인구포럼'을 개최했다.
'동아시아 3국 2030의 사회 인식에 기반한 저출생 정책의 시사점 모색'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포럼은 급격한 저출생과 고령화 현상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한·일·중 2030 청년세대들의 사회 인식을 들여다보고 저출생 정책의 시사점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 발표는 이상림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모리이즈미 리에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도우 양 중국사회과학원 인구 및 노동경제연구소장이 각각 맡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청년 인식의 변화'를 저출생 원인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데이터(지표)와 청년 인식 간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여러 정책 사업들을 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실제로 이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30 남성과 여성 모두 정부의 정책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10%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육아와 경제적 지원에 대한 정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동의했다. 특히 '결혼을 해야 한다' 또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미혼 남성의 비율은 1998년 75.5%에서 2022년 39.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여성은 52.1%에서 23.5%로 더 크게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저출생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한 건 단위 사업들이 나열됐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경제적 이유만으로 얘기해 왔는데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해 짝을 만나 아이를 키우는 생애 과정을 멈추게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겪으면서 낮아진 가족의 정서적 친밀성이 가족에 대한 수요를 낮춘데다 입시경쟁을 통해 자녀에게 불안함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정서, 수도권 집중화 등이 청년들이 가족 형성을 기피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의 인식을 캐치(포착)하고자 하는 지표들이 부족하다"며 "청년의 생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전폭적 조사와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30년 안에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빠른 고령화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 전반에 걸쳐 경험하지 않은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역시 청년들의 전통적 가치관에 반대하는 사고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제16회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질문에 남성 17.3%, 여성 14.6%이 동의했는데 이는 1982년 조사(남 2.3%, 여4.1%)보다 각각 10%포인트(p)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결혼·가족·육아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약화된 것이다.
무엇보다 남녀모두 성역할 분업 지향에서 맞벌이 지향으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이상적인 라이프 스타일(생활 방식)에 대한 답변으로 미혼 여성은 '결혼 해도 일을 계속 하겠다'는 수치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남성 역시 '전업주부가 내 파트너였으면 좋겠다'는 비율이 급속도로 줄고 있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생애과정(Life Course) 지향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벌이를 원하는 경향이 강해진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불안감 증대, 여성의 커리어 지향 향상이 있기 때문에 맞벌이 지원 정책의 실효성은 향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저출산 추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및 지원 방안 뿐 아니라 젠더 의식 및 결혼·출산에 대한 사회 규범 변화도 수레의 양 바퀴로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저출산 대책 평가도 오랜 기간에 걸쳐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책을 추진하면 할 수록 미혼 층이 결혼과 육아에 대해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위험성도 있다"며 "정책을 앞으로 결혼·출산을 하게 될 세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도우 양 소장은 "중국의 1990년대 이후 일어난 빠른 경제 성장은 출산율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금세기 들어 고등 교육의 확대와 노동 시장의 발달로 최근 수십년 동안 자녀 출산에 따른 기회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의 총 인구 규모는 2030년 13억9100만명, 2040년 13억4200만명, 2050년 12억7100만명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우 양 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평균 공공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한다"며 "(중국은) 현재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공공 지출 수준이 아직까지 제한적이라 공공 지출을 늘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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