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제3자 추천’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 발의…여당 반대 속 활용법은?

‘한동훈 제안’ 대법원장 특검 추천권 포함
야당엔 비토권 보장 “재추천 요청 가능”
이달 내 처리 목표…이르면 4일 법사위 상정
재표결 시 이탈표 노리고 여권 분열 효과

박성준(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안과에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3일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을 담은 네 번째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제안을 수용하는 동시에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한 절충안이다. 제3자 추천을 고리로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친윤석열(친윤)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어떤 특검법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여당 내 이탈표가 야당 기대만큼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당과 공동으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출했다. 지난해 9월과 지난 5월, 8월에 이은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이다. 앞선 두 건의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본회의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고, 지난 8월 발의된 세 번째 특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의 가장 큰 특징은 여당이나 야당이 아닌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이 우선 특검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총 2명을 추리고 이들 중에서 대통령이 최종 1인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의장을 통해 대법원장에게 재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을 민주당이 수용하고, 야당이 대법원장에게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넣어 조화를 이뤘다”며 “진일보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특검법과 비교해 특검 파견 검사는 20명에서 30명으로, 파견 공무원은 40명 이내에서 60명 이내로, 특검보는 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한 대표가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제보 공작’ 의혹은 제외됐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먼저 제3자 추천안을 언급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표가 특검법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 특검법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직접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9월에 (네 번째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오는 4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상수로 보고 재의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한 만큼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재표결 시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민의힘에서 8표를 확보해야 한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8표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만약 그렇게 안 된다고 하면 한 대표의 여당 내 입지는 정말 궁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의결에서 특검법이 최종 폐기되더라도 여권 내 균열을 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원내 지도부 한 의원은 “제3자 추천안을 먼저 꺼내든 한 대표를 향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원성이 빗발칠 것”이라며 “유력 대선주자인 한 대표가 흔들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상황에 따라 법사위에 회부된 세 번째 특검법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도 검토되고 있다.

재의결에 필요한 수준의 여당내 이탈표가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친윤는 공수처 수사를 이유로 특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에 포함했던 기존 안이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에 그대로 담겼다는 점도 여당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한 대표도 여당 내 친윤계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야당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처지다. 야당에 비토권을 부여한 점은 한 대표 등에게 반대 명분이 될 수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